2019/12 21

동해안에서의 파자마파티

올해로 37년의 긴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후배를 축하하기 위해 절친과 함께 파자마 파티를 떠났습니다. 할머니가 되어 바쁜 와중에 미리 계획 되어 있던 약속이라 어렵게 함께 했습니다. 매 달 여행적금을 모아 왔지만 서로의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아 이번에는 국내여행으로 ‘퇴직축하 파자마파티’를 계획 한 것입니다. 동해안의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어느 듯 밤이 깊어갔어요. 함께하는 시간이 편안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나이 들수록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고등학교 때 다들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지라 학창시절의 끈끈한 추억들이 많습니다. 서로에게 공감대가 크니 나이 들수록 서로가 편안하게 느껴지고요. 주변에 이제 하나 둘 은퇴자가 늘어납니다. 후배는 금융업계에서 버텨내며 지점장까지 해 낸 의지..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 한재우/21세기북스) 책 읽기를 하면 할수록 독서계에 무림고수들이 많음을 실감합니다. 한재우 작가님은 직장 생활 하면서 퇴근 후 글을 꾸준히 써서 책을 여러 권 내셨습니다. 내공으로 써주신 글귀들이 강렬하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 등을 쓰신 작가님은 ‘서울대는 어떻게 공부 하는가’의 팟캐스터를 운영하시고, 유튜브 ‘재우의 서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2평의 공정무역 카페도 운영한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요. 카페를 운영하던 어느 한가한 시간에, 작은 탁자에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작가가 되고 싶었다고 합니다. 회사에 다니며 퇴근 후 글쓰기를 하는 작가님만의 비결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작가님은 글씨기는 체력이 기본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엄청난 운동’..

은퇴 후 도서관 활용하기

(도서관에서 바라 보이는 다대포 풍경) 남편은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는 저에게 그동안 고생했으니 언제든지 일을 그만두고, 이제부터는 즐기라고 말해왔어요. 자신은 몇 년 더 일하겠노라고 얘기하면서요. 그런데 남편이 은퇴를 저보다 먼저 하게 된 생활이 어느덧 두 달이 지났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먼저 은퇴하고 남편은 몇 년 더 일하는 생활만 생각해왔던 터라 이렇게 바뀐 은퇴 생활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답니다. 어쨌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중요 하겠다 생각하고 날마다 잘 지낼 것을 다짐합니다. 그런데 남편의 말에 따르면 제가 구박만 하지 않으면 다 괜찮다고 하네요. 사실 저도 나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잘 지내려고 하는데도 가끔은 심술이 발동합니다. 남편이 직장생활 할 때는 이 정도의 짜증은 쉽게 받아 주더니..

딸! 드디어 엄마되다!

(다음 자료 사진) 딸이 드디어 엄마가 되었어요! 딸이 무사히 손녀를 낳았습니다. 제가 할머니가 된 것입니다. 정말 신기하고 오묘한 느낌입니다. 9일 월요일 낮에 딸의 순산소식을 듣고 퇴근 후 밤차로 수원의 딸 모녀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딸이 처음에는 친정이 있는 부산에서 아기를 낳으려 했는데 일하는 친정엄마에게 산후뒷바라지를 기대하기 힘든 것도 있고, 아기가 아빠와 더 많은 시간을 가져야겠기에 동탄에서의 출산을 결심했어요. 동탄의 병원에서 건강 체크를 쭉 해오던 딸은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우선으로 하는 수원의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기존의 병원은 병원의 수익적인 측면 때문인지 제왕절개를 더 권한다는 평이 있었던 것입니다. 산모 출산 호흡법도 부지런히 익힌 딸이었기에 자연분만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독서모임 부산 큰솔나비 '송년의 밤'

부산큰솔나비의 ‘송년의 밤’ 행사를 지난 주말에 했습니다. 4시에서 8시 훨씬 지난 시간까지 이어진 행사는 정말 알차고 의미 있었습니다. 세 자녀의 가족 음악 연주회를 시작으로 여러 선배님들의 독서모임으로 인한 자신의 변화에 대한 발표까지 유익했습니다. 특히 ‘동갑내기 울 엄마’ 동화 구연을 해주신 선배님은 감동이었어요. 오랜만에 동화 구연의 매력과 감동에 푹 빠졌습니다. 작년 2019년 소망 적기에 올 송년의 밤에는 기타 연주를 할 것이라고 하신 회장님은 정말 기타 연주를 하셨습니다. 네 시간의 송년회를 어떻게 구성하나 궁금함을 가지고 참가했던 저는 매 순간 알찬 시간들로 채워짐에 놀랐답니다. 많은 선물들, 김밥과 간식들, 장소 섭외와 실내꾸미기 등 엄청난 수고가 함께 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빠에게 보내는 가족의 박수

40년을 직장 생활을 한 남편이 9월 말로 은퇴를 했습니다. 남편은 60살이 넘어서도 출근은 나의 기쁨이라며 지속적으로 일하려는 의지를 가졌어요. 심지어 작년에 큰 수술을 하고서도 회복 후 바로 직장에 복귀하면서 꾸준히 직장생활을 해왔고요. 그런데 회사의 여러 가지 변화로 은퇴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60살이 넘으면 막연히 일을 그만두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 시기가 오니 저는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니 남편은 오죽 했을까 싶습니다. 남편은 며칠 동안 잠도 설치며 은퇴 결정을 내린 뒤 아들, 딸에게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말하고 싶으니 당분간 얘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몇 달 뒤에 말하고 싶다고 하면서요. 저는 당분간 직장에 나가는 것처럼 카톡이나 전화를 할 남편이 불편할 것이라..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 합시다

(도대체/예담) 도대체 작가의 글과 그림은 마음을 달래주는 묘한 위로가 있습니다. 책이 작고 글과 그림이 심플하고 여백이 많아 부담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 많이 지치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는 복잡하고 무거운 내용의 책은 집중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 이 책이 ‘딱’ 인 것이지요. 온통 ‘인삼’만이 행복해야 할 것 같은 세상에서 ‘고구마’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자신감과 안도감을 줍니다. 이웃에 새로 이사 와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우는 아기에게서 작가는 인생을 꿰뚫는 관조를 느낍니다. 아무리 달래도 그치지 않는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 아이는 왜 저렇게 우는 걸까 궁금했다. 아직 어떤 의무도, 책임도 없으면서 저렇게 크게 울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그러다가 어떤 일 때문에 몹시 짜증..

숨겨진 맛집 광안리 '포항물횟집'

오늘은 남편과 주중에 한 번 점심을 함께 먹는 날입니다. 예비 할머니되기 준비의 2 차 예방접종 (백일해, 파상풍)을 남천동에 있는 '가족보건의원'으로 향하며 근처 숨겨진 맛집인 '포항물횟집'을 갔습니다. 광안리 민락동 회센타 뒤 골목안쪽 길에 있는 ‘포항물횟집’은 남편의 35년 단골집입니다. 오래된 시간만큼이나 식당이 정감 있고 소박합니다.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집의 물회와 매운탕 맛은 변함이 없습니다. 주인부부가 운영해오다가 이제는 결혼한 아들도 함께 하는 식당입니다. 안사장님이 주방에서 직접 요리하며 진두지휘 하니까 맛이 변함없는 듯합니다. 집에서 거의 한 시간 걸리는 곳이라서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해운대 방면에 일이 있을 때는 꼭 여기서 물회를 먹습니다. 회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저의 입맛에도..

남편의 절친 부부

(다음 사진자료 중에서) 남편과 남편의 절친인 배꼽친구는 영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남편과 절친은 중학교를 함께 다녔어요. 고등학교 때는 공차는 것이 좋아 교회에 다니기도 했고요. 남편의 말에 의하면 당시에 동네 축구팀을 형성하려면 교회에 가야 했고 교회 대항 시합들이 많았대요. 그나마 교회에 가야지 여학생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는 시절이어서 남학생들이 특히 교회를 많이 다녔답니다. 그러던 중에 남편은 교회에 예쁜 여학생이 있어서 한동안 사귀었대요. 당시에는 친하다는 인증 샷이 사진관에서 기념사진 찍는 것이어서 함께 사진도 찍었다고 하네요. 남편과 저는 다섯 살 차이 밖에 안 나는데 어느 시절 얘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그 만남이 그리 오래가지 못했답니다. 어느 날 남편은 알고 보니..

포항에서 대전으로

아들이 포항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대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대학 진학하면서 시작된 객지생활은 어느 듯 15년이 되었네요. 아들은 포항에서 10여년의 학업에 연이어 5년차 직장생활을 해왔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온 아들은 일찍 독립이 시작되었어요. 아들은 자라면서 자신의 일은 무엇이든 알아서 해내어 특별히 제가 더 신경 쓰고 뒷바라지 해준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언제나 제 몫을 기대 이상으로 스스로 잘 해왔으니까요. 고등학교 때부터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아들입니다. 지켜보고 있는 부모의 마음도 숨 가쁠 정도로 긴장 속에서 지내온 아들이고요.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이 행복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들도 좀 가지면 좋겠습니다. 이삿짐을 대전 숙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