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 합시다

아리아리짱 2019. 12. 6. 06:23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 합시다> (도대체/예담)

도대체 작가의 글과 그림은 마음을 달래주는 묘한 위로가 있습니다. 책이 작고 글과 그림이 심플하고 여백이 많아 부담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 많이 지치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는 복잡하고 무거운 내용의 책은 집중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 이 책이 ‘딱’ 인 것이지요.

온통 ‘인삼’만이 행복해야 할 것 같은 세상에서 ‘고구마’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자신감과 안도감을 줍니다.

 

이웃에 새로 이사 와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우는 아기에게서 작가는 인생을 꿰뚫는 관조를 느낍니다.

아무리 달래도 그치지 않는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 아이는 왜 저렇게 우는 걸까 궁금했다. 아직 어떤 의무도, 책임도 없으면서 저렇게 크게 울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그러다가 어떤 일 때문에 몹시 짜증났던 어느 날, 때마침 들려온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깨닫고 말았다.

‘아, 아기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세상이 짜증나는 곳이란 걸 아는구나!’

그래서 아기들은 태어날 때부터 우는 것이다. 따뜻하고 편안했던 엄마의 뱃속을 벗어나는 순간, 이제부터 긴 고난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짜증이 나서 울어대기 시작하는 것이다.(210쪽)

그러다 시간이 더 지난 어느 날이었다. 처음으로 아기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혹시 인생의 기본 값은 원래 우는 것인데, 좀 더 자라 뭘 좀 알게 되면 웃을 수 있게 되는 거였나.

누구나 울면서 살기 시작하지만, 결국은 웃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영문도 모르고 태어나 생이 다할 때까지 살아야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틈틈이 웃을 수 있다. 그리고 웃음은 삶의 기본 값이 아니기에, 우리는 웃기 위해 약간의 수고를 주고받아야 한다. ( 211쪽)

 

작가가 날마다의 뒷산 산행에서 마주치는 나무, 풀, 벌레등을 보며 깨닫는 생각이 또한 저에게도 많은 위안을 줍니다.

그들을 보며 생각하기를, 모든 생물은 아무 이유 없이 태어나,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몫을 살다 간다는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사람이라고 특별히 다를 리가 있나 싶기도 하다. 우리는 자기 삶이 멋지지 않다는 이유로 괴로워하기도 하지만, 애초에 누구든 멋지게 살아야 할 의무가 없다.

왜인지 자기 삶을 꼬박 잘 살아내고 있는 사람이 자기 모습이 멋지지 않다고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우리에게 멋져야 하는 의무가 없어.

살아 있는 것으로 우리는 우리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256쪽)

 

도대체 작가가 나이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도 삶을 대하는 자세와 지혜가 뛰어나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이래서 ‘모든 이가 스승이고, 모든 곳이 학교다’가 맞는 것이군요.

불안한 마음이 들면 불안한 마음을 부정하지 않고 ‘불안해할 상황이긴 하지’정도로 타협을 본다.

몹시 슬플 때도 ‘몹시 슬플 일이지’한다. ‘슬픈 나 자신’을 슬퍼하거나 불쌍해하진 않으려고 한다. 일단 그런 생각을 하면 그다음으로 ‘뭐, 어쩔 수 없지’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

‘뭐, 어쩔 수 없지’ 중얼거리며 내 상황을 바라보면, 마치 남의 일보듯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기도 하는 것이다.(259쪽)

 

어제의 예방 주사 접종 탓인지 오전에 피곤하여 꿀잠인 낮잠을 잤습니다. 가뿐한 몸과는 달리 오전 일정을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한 자괴감이 밀려오려 합니다.

이럴 때, 잠깐! '이럴 때도 있는 거지!  이럴 수도 있지 뭐!'

가볍게 툴툴 털고, 나를 쓰담 쓰담, 토닥토닥!

작가의 말처럼 ‘오늘부터 를 보살피는 걸 인생 목표로 삼기로 한다!’라고 다짐합니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 합시다’라고 외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