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은퇴 후 도서관 활용하기

아리아리짱 2019. 12. 12. 06:57

(도서관에서 바라 보이는 다대포 풍경)

남편은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는 저에게 그동안 고생했으니 언제든지 일을 그만두고, 이제부터는 즐기라고 말해왔어요. 자신은 몇 년 더 일하겠노라고 얘기하면서요. 그런데 남편이 은퇴를 저보다 먼저 하게 된 생활이 어느덧 두 달이 지났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먼저 은퇴하고 남편은 몇 년 더 일하는 생활만 생각해왔던 터라 이렇게 바뀐 은퇴 생활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답니다. 어쨌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중요 하겠다 생각하고 날마다 잘 지낼 것을 다짐합니다.

그런데 남편의 말에 따르면 제가 구박만 하지 않으면 다 괜찮다고 하네요. 사실 저도 나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잘 지내려고 하는데도 가끔은 심술이 발동합니다. 남편이 직장생활 할 때는 이 정도의 짜증은 쉽게 받아 주더니 이제는 구박하는 것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작년에 크게 아팠던 남편을 생각하며, 이렇게 건강하게 생활 하는 것만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라고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은퇴를 생각해온 저는 블로그 글쓰기, 국선도 수련하기, 독서모임 참석하기, 첼로 배우기 등으로 은퇴 후의 생활을 준비해 왔어요.

하지만 그다지 준비 없이 시작 된 남편의 은퇴 후 일상이 은근히 걱정 되었어요. 남편이 그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까하고요. 제가 걱정한데 비해서 남편은 무난히 은퇴 후의 삶에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남편은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위해 아침에 출근하던 습관대로 도서관을 갑니다. 남편의 도서관 학교생활이 시작된 것입니다.

집에서 혼자 있게 되면 아무래도 몸과 마음이 느슨해져서 쳐지기 쉬울 것 같다고 합니다. 일단 날마다 도서관 가기를 규칙으로 정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 하는 것입니다. 읽기 쉬운 책들도 보고 인터넷 검색등도 하면서 낮 시간을 보낸 뒤 저녁에 귀가하는 일과를 유지합니다.

도서관에서 지내기는 제가 그려오던 은퇴 후의 삶인데 남편이 먼저 시작 한 것입니다. 남편같이 마음은 청춘인데 은퇴를 한 60대 중년들은 도서관에 가면 활용 할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컴퓨터실이 아주 잘 되어있어 인터넷 검색은 물론이고, 다양한 교양강좌들이 개설되어 강의도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다문화 자료실에는 각 나라의 언어로 된 책들도 따로 구비되어 있고요. 착한 가격에 구내식당을 이용해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보너스도 있어요.

도서관을 날마다 이용하다 보니 그동안 몰랐던 도서관의 여러 가지 부대 서비스도 알게 되어 저에게 알려줍니다. 1인 당 5권씩 2 주간 도서 대출 서비스는 기본이고, 지역서점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 도서 택배 서비스, 관내 작은 도서관과 상호 대차 도서 서비스 등 책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있는 줄 저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책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말 잘 되어있습니다. 우리나라 도서관 시스템이 정말 훌륭합니다.

남편은 부산의 갈맷길과 둘레길을 구석구석 탐방하기 위한 자료들을 부지런히 수집하고, 제가 읽고 싶은 책들도 열심히 찾아서 빌려다 줍니다.

남편은 내년 1월부터 시작 되는 여러 강좌 중 컴퓨터 관련 강좌를 들어볼 생각이랍니다. 부지런히 배워서 컴맹에 가까운 저에게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좋아서 책을 읽지만, 남편은 어쩔 수 없이 책과 친한 삶이 되는군요. 인생 참 알 수 없어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