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아빠에게 보내는 가족의 박수

아리아리짱 2019. 12. 9. 06:00

 

40년을 직장 생활을 한 남편이 9월 말로 은퇴를 했습니다.

남편은 60살이 넘어서도 출근은 나의 기쁨이라며 지속적으로 일하려는 의지를 가졌어요. 심지어 작년에 큰 수술을 하고서도 회복 후 바로 직장에 복귀하면서 꾸준히 직장생활을 해왔고요.

그런데 회사의 여러 가지 변화로 은퇴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60살이 넘으면 막연히 일을 그만두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 시기가 오니 저는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니 남편은 오죽 했을까 싶습니다.

남편은 며칠 동안 잠도 설치며 은퇴 결정을 내린 뒤 아들, 딸에게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말하고 싶으니 당분간 얘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몇 달 뒤에 말하고 싶다고 하면서요.

저는 당분간 직장에 나가는 것처럼 카톡이나 전화를 할 남편이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들딸도 아빠의 은퇴를 자연스레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도 했고요.

직장 생활을 통해 40년을 가족을 위해 일해 왔으면 이제는충분히 즐겁게 자유로운 시간을 누릴 자격이 있으니까요.

아들딸에게 소식을 전하니 주말에 당장 ‘깜짝 은퇴 기념 파티’를 하자고 합니다. 각자가 편지를 써서 준비하라고 하면서요. 꽃다발과 케잌을 준비해 전국에서 오랜만에 함께 모였습니다. 다음 달에 있을 아빠 생일을 미리 당겨서 축하해주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서요.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집으로 와서 ‘은퇴 파티’를 준비 한 것을 안 남편은 깜짝 놀랐습니다. 저에게 비밀을 못 지킨다고 나무라면서요.

아빠가 제주 올레 길을 완주 하고 싶어 하는 버킷리스트를 아는 아들딸은 여행 기금 봉투와 편지, 그리고 기념패까지 준비해서 아빠에게 전달했습니다. 아들딸이 준비한 문구입니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남편이며 아버지로서

지난 시간 가족을 위해 흘리신 땀과 눈물의 무게를

저희가 짐작조차 할 수 있을 까요.

가족에 대한 의무감보다 아버지 어머니의 소소한 일상으로

즐거운 나날, 행복한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더욱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저희와 함께 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축 쳐졌던 남편의 어깨가 왠지 조금 펴지는 듯합니다. 아들딸의 편지는 프라이버시라서 저의 편지를 올립니다.

싸랑하는 당신!

늘 고마운 당신!

40년을 한 결 같이 일해 온 당신 고생했습니다. 가족모두 수고한 당신에게 박수 보냅니다.

당신은 이제 충분히 누리며 즐겁게 은퇴 후의 삶을 살 자격이 있습니다.

아들딸이 아빠 구박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던데 어찌 내가 당신을 구박 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 여태까지 헌신 해 온 삶을 잘 아는데요. 기죽지 말고 당당히 어깨 펴고 제 2의 삶을 즐기세요.

함께 응원하는 '장군‘이 있으니까요.(남편이 술 취해 기분 좋으면 씩씩한 저를 부르는 별명)

당신이 그동안 나의 후원자였고 울타리였듯이 이젠 내가 당신의 든든한 울타리가 될게요.

나는 언제나 당신의 몸과 마음을 누일 자리가 되겠습니다.

늘 고마운 그대!

날마다 즐겁고 행복한 날 만듭시다. 아리아리! 아자아자!

 

@딸이 아빠 은퇴 글은 아빠가 마음 준비가 되었을 때 올리라고 했어요. ‘은퇴파티’를 한지 두 달이 지나니 깜짝 파티 했을 때의 다짐이 조금 옅어지려 합니다. 새로운 다짐을 위해, 남편에게 은퇴 글 블로그 글에 올린다고 하니까 글감 하나 제공하니 자기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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