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187

'봄봄'이를 기다리며

딸이 둘째를 임신했다. 예원이가 동생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세 돌이 지난 예원이는 여전히 잠투정이 있어 밤에 몇 번을 깬다. 그런 상황에서 둘째를 가지게 된 딸은 마음이 복잡한 듯하다. 한 없이 기쁘면서도 친정과 멀리 떨어진 동탄에서 두 아이를 돌 볼 자신이 서지 않는 눈치다. 3년의 경력 단절로부터 이제 서서히 복귀를 준비하고 있던 딸이었다. 또 육아에 같은 시간을 전념하고 복귀하려니 심경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어려서부터 딸은 결혼하면 아기 네 명은 낳을 거라고 얘기하곤 했다. 아기를 많이 좋아하는 딸이었다. 막상 결혼해 아기를 길러본 딸은 마음을 바꾸었다. 한 명 예원이만 잘 키우면서 자신의 삶을 균형 맞추며 살겠다고 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친정엄마 입장에서는 무어라 말을 보탤 수가 없었다. ..

일상의 소중함

통역봉사활동을 같이 하는 한 선생님이 한 동안 활동이 뜸하더니 몸이 편치 않다는 소식이 들린다. 자궁에 암이 생겨 수술 후 투병 중인데 다행히 수술 경과는 좋다고 한다. 또래이며 늘 활기차게 생활하고 복지부 장관 상을 받을 정도로 봉사를 꾸준히 해 온 분이다. 내 주변에서 이렇게 또 누군가가 큰 병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한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니 매일의 삶을 즐겁게 살자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하지만 우리 삶은 그렇게 살도록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일상에 휘둘려 걱정과 불안, 또는 갈등 등으로 분주할 뿐이다. 삶의 급류에 휩쓸려 허우적 대다 주변 누군가의 중병 소식을 들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 우리네 삶을 너무 아등바등 살지 말아야 해.' 영원이 지속될 듯 이어가는..

결혼 37주년

그이와 함께한 시간들이 어느덧 37년이다. 마음은 여전히 푸르르지만 풋풋했던 우리들의 젊음과 청춘은 어느덧 빛 바랜듯 엷어져간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시간들을 뒤로 한 채 이제 그저 평화스러움으로 함께 공존해야하는 시간들이 남았다. 이렇게 속절없이 세월과 함께 나이들어 가는 모습에 그저 바라만 봐도 안쓰럽고 애틋하다. 그런 안타까움들 속에서 불쑥 불쑥 삐져나오는 짜증과 화가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아직도 서로에게 바꾸어지길 원하는 것으로 갈망이 남아있다면 그것은 어리석고 어리석은 것일게다. 그저 다름을 인정하고 지켜보는 것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서로에게 좋은 점만 찾아 그것을 크게 받아들이고 인정해야한다. 없는 점 부족한 점을 아쉬워하는 순간, 평화의 전선이 깨지기 쉽다. 나의 ..

한 해를 시작하며

새 해인 2023년을 맞이하기에 앞서 12월 31일 저녁에 한 해를 돌아보았다. 올 한 해 각오를 다지면서 숨 가쁘게 달려왔다. 어느덧 한 해를 돌아보아야 하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올해 가장 기억 남는 것? 캐나다 동생집 방문 올해 가장 즐거웠던 것? 손녀 예원을 포함한 온 가족 정선여행 올해 이루고자 했던 것? 첼로곡 하나 완성, 영어 책 한 권 외우기, 올해 잘한 것? 중국어 공부 시작, 올해 아쉬웠던 것? 남편과 평화롭게 지내기 인내심 부족. 토끼의 해인 2023년의 목표! 1. 복식호흡 의성어식 발성법으로 영어 책 한 권 외우기, 2. 중국어 매일 녹음, 3. 일본어 매일 녹음, 내게 주어지는 한 해를 또 뜨거운 가슴으로 맞이할 테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은 인생에서 가장 황금기가 60세..

사랑은 김치를 타고~

나는 여전히 김치 난민이다. 양가 어머님들이 살아계실 적에는 두 분이 번갈아 공수해 주시는 김치를 미처 다 먹어내지 못할 정도로 풍성했다. 식당을 운영해서 자식 여섯을 다 대학 공부 시킨 시어머님은 음식 솜씨가 탁월하셨다. 어머니는 넷째 며느리가 살림에는 젬병인 것을 일찍이 알아차리셨다. 그래도 어여삐 여겨주시어 기력이 많이 떨어진 노년에도 직접 김치를 담가주시곤 했다. 친정어머니는 젓갈을 듬뿍 넣은 경상도식 김치를 담그셨다. 맏사위가 맛있게 잘 먹는다고 김치 떨어질 새 없이 만들어 주시곤 했다. 두 분의 김치 보살핌으로 그렇게 아쉬움 없이 살았다. 두 분이 연로하셔서 무지개다리를 건너가신 후에는 나는 김치 미아가 되었다. 김치 난민이 된 것이다.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입 맛에 맞는 김치를 발견하여 주문해..

돌아온 장갑 한 짝

지난 일요일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남편에게는 고난의 행군이 있는 날이었다. 전 날인 토요일은 부산 큰솔 나비 새벽 독서모임을 시작으로 동창회인 고은회의 녹명헌 방문, 오후 그린센터에서 영, 중, 일어 스터디 참석, 그리고 열매 통역 봉사단의 총회가 있었던 빡빡한 일정의 하루였다. 식사를 겸한 총회를 마친 후 뒤풀이로 노래방을 향했다. 오랜만에 봉사단원 거의가 함께 하는 시간이라 빠질 수가 없었다. 약간의 망설임을 안고 갔지만, 선배 선생님들과는 어렵고 어색한 벽을 허무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중 장갑을 끼려니 한쪽밖에 없었다. 오늘따라 일정이 많아 큰 가방을 들고 나왔는데 구석구석을 봐도 없다. 서울 친구가 선물해 준 추억이 있는 아끼던 장갑이다. 곧 되돌아 노래방을 향해 ..

예원이의 세 번째 생일

손녀 예원이 얼마 전부터 전화할 때마다 "할머니 쵸코 케잌 사서 어서 와요"라고 말했다. 태어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세 번째 생일을 맞이 했다. 눈도 제대로 못 뜨던 조그마한 아기가 어느새 자라서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똑똑하게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된 것이다. 설렘을 가득 안고 지난 주말 동탄을 향했다. 평소에는 예원의 먹거리를 많이 가리는 딸이지만 생일만큼은 손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은가 보다. 예원이 어린이 집을 처음 갔을 때 간식 등 먹거리들이 딸의 평소 육아에서 벗어난 것들이 제공되면 딸은 많은 고심을 했었다. 딸은 웬만하면 인스턴트 음식이나 단것들을 지양하는 육아를 해왔었는데 어린이집 간식들이 그 경계를 여지없이 허물었기 때문이다. 쵸코렛도 그중 하나다. 예원은 어린이 집에서 ..

카페인 너!

나의 신체리듬 상 하루 7~8시간은 자야 일상이 무난히 이루어진다. 수면시간을 줄이려 애써보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의지대로 잠이 줄이려 하니 몸 여기저기서 반응들이 온다. 이젠 그냥 푹 자고 깨어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생활방식을 택하려고 한다. 20대 직장 생활할 때는 커피 한두 잔을 마셔도 아무런 문제 없이 숙면을 취했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마음껏 즐길 수가 없다. 향기와 맛에 취해 커피를 마신 날은 커피 한 잔의 카페인이 영락없이 나의 밤을 흔들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신 날은 밤을 꼴딱 새우다시피 쉬 잠들지 못한다. 카페인에 초예민한 나의 신체 반응은 알레르기 수준이다. 카페 문화가 대세인 요즘 커피를 즐기지 못하니 카페 나들이는 나에게 곤욕이다. 다양한 종류의 맛 ..

열매가 씨앗이 되어

통역 봉사회인 '열매'의 활동이 한 동안 뜸했습니다. 코로나로 여러 행사가 취소 축소되었기 때문이죠. 그런 와중에도 중구청과 협약으로 광복로 축제, 보수동 책방골목 축제, 청소년 멘토 키다리 프로그램, 이주민을 위한 한글교실, 재능기부의 바둑교실 등을 통해 통역봉사뿐 아니라 일반봉사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열매 회원들입니다. 2030년 세계박람회 부산유치를 위한 BTS 공연이 지난달 부산에 있었습니다. 영어, 중국어, 일어 각 언어별로 부산역과 사직 지하철역 등에서 열매 회원들은 행사에 참석했어요. BTS의 팬클럽인 '아미(army)'들이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밀려 들어왔습니다. 부산은 보라색 후드티를 입은 아미 팬으로 보라 보라로 물들었어요. 저는 부산역에서 자원봉사했는데 행사장인 사직 종합운동장까지의..

오랜 친구와의 동행

40여 년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한 내 친구가 있어 좋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친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해 유리알 들여다보듯 마음을 알 수 있다. 친구는 약간의 불안함과 조급함으로 끊임없이 자기 계발이라는 명목 아래 자신을 채근하는 나에게 늘 속도조절을 하도록 일깨워준다. 몸이 마음의 속도를 따르지 않는데 그 간극을 채우려고 애쓰는 나에게 너무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말라고 일러준다. 미리 계획하고 짜인 틀 안에서 움직이는 나에게 삶은 계획대로만 되는 것이 아닌 것들이 있음을 알려준다. 때로는 작은 일탈로 삶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더 풍요로운 삶이 될 수 있음을 말하면서. 하루 일과표에 따른 주 중의 시간들을 채우는 나에게 친구는 가끔 번개로 점심 약속을 신청하거나 소담한 카페 나들이를 제안한다.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