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돌아온 장갑 한 짝

아리아리짱 2022. 12. 23. 05:58

지난 일요일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남편에게는 고난의 행군이 있는 날이었다.

전 날인 토요일은 부산 큰솔 나비 새벽 독서모임을 시작으로 동창회인 고은회의 녹명헌 방문, 오후 그린센터에서 영, 중, 일어 스터디 참석, 그리고 열매 통역 봉사단의 총회가 있었던 빡빡한 일정의 하루였다.

식사를 겸한 총회를 마친 후 뒤풀이로 노래방을 향했다. 오랜만에 봉사단원 거의가 함께 하는 시간이라 빠질 수가 없었다. 약간의 망설임을 안고 갔지만, 선배 선생님들과는 어렵고 어색한 벽을 허무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중 장갑을 끼려니 한쪽밖에 없었다. 오늘따라 일정이 많아 큰 가방을 들고 나왔는데 구석구석을 봐도 없다. 서울 친구가 선물해 준 추억이 있는 아끼던 장갑이다. 곧 되돌아 노래방을 향해 찾으러 갈까 하다가 그냥 지하철로 향했다. 오늘의 일정에서 정확히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찾는 것을 포기하고 막상 지하철을 타니 마음이 영 편치가 않다. 특별한 날만 끼면서 아끼던 소중한 장갑을 한 짝만 쳐다보고 있으니 마음이 아렸다. 마음을 삭이지 못하고 친구에게 잃어버린 사실을 말하니 일정상 노래방에 흘린 듯 하니 전화를 걸어보란다. 어찌어찌 전화번호를 알아서 전화를 했다.

다행히 노래방 사장님이 장갑 한 짝을 보관하고 있단다. 내일 찾으러 가겠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고 감사했다. 이 장갑을 다시 찾으면 소중히 보관만 하고 쳐다만 보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끼는 장갑이다. 

나는 보기와 달리(?) 허술한 구석이 많다. 한 생각에 집중하면 다른 주변의 것은 그냥 대충 넘겨 버리는 생활치에 가깝다. 그러니 집 우산은 물론이고, 손수건 등 생활소품을 잘 잃어버린다. 심지어 내려야 하는 정거장을 놓치는 경우도 가끔 있다. 한 달에 한 번 동탄 딸 집에 갈 때면 동탄역에 가까워지면 남편과 딸이 번갈아 가며 메시지를 보낸다. 동탄역에 제대로 내릴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요즘 한동안 조신했는데, 또 사고를 친 것이다.

물건을 사는 것은 쉽게 잘 사 오지만, 교환하거나 환불은 나에게 무지 어렵다. 판매자와의 불편함을 감당하기에는 내 가슴이 너무 새가슴인 게다. 그래서 이런 일은 남편에게 부탁한다. 남편은 교환 환불 등은 당연히 자신의 일인 양 나서서 해결해 준다. 

남편과 함께 장갑을 찾으러 가려했는데, 남편이 지하철 타고 운동 삼아 혼자 다녀오겠단다. 주말 운동도 쉬려고 할 정도로 추워 날씨이니 그냥 집에 있으라고 한다.

 너무 일찍 출발한 남편은  노래방 근처에서 문이 열리기를 한참 기다렸단다.   기다림 끝에 겨우 장갑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귀환한 장갑을 보니 정말 기뻤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추웠나 보다. 남편이 으슬으슬 한기가 든다며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덜렁대는 마눌을 잘 참아주는 남편이다. 은퇴 후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니 티격태격 잦은 말다툼이 생긴다. 물론 일방적인 나의 신경질과 화풀이로 시작되는 다툼이다. 

나의 힘듦과 귀찮음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인 남편이다. 새해에는 원 워드 '평화'를 새기며 슬기로운 부부생활을 꾸려갈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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