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오랜 친구와의 동행

아리아리짱 2022. 11. 14. 06:52

( 낙동강 맥도생태 공원: 오리와 고니들)

 

40여 년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한 내 친구가 있어 좋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친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해 유리알 들여다보듯 마음을 알 수 있다.

친구는 약간의 불안함과 조급함으로 끊임없이 자기 계발이라는 명목 아래 자신을 채근하는 나에게 늘 속도조절을 하도록 일깨워준다. 몸이 마음의 속도를 따르지 않는데 그 간극을 채우려고 애쓰는 나에게 너무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말라고 일러준다.

미리 계획하고 짜인 틀 안에서 움직이는 나에게 삶은 계획대로만 되는 것이 아닌 것들이 있음을 알려준다. 때로는 작은 일탈로 삶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더 풍요로운 삶이 될 수 있음을 말하면서.

하루 일과표에 따른 주 중의 시간들을 채우는 나에게 친구는 가끔 번개로 점심 약속을 신청하거나 소담한 카페 나들이를 제안한다. 그렇게 함께 하는 시간들은 나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원한 샘물 같은 휴식의 시간들이 된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한 내 삶에서 가끔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고  산과 바다를 쳐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좋다.

(가덕도 cafe Brittany)

 

친구는 두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들의 식생활은 물론이고 몸이 불편한 시어른 두 분의 식사와 살림까지 챙겨야 한다. 우리 나이에는 집안 살림살이에서  조금은 느슨해지고 싶고 단출해지고 싶다. 그런데 친구는 그 대식구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여전히 고생을 하고 있으니 내 마음이 늘 안타깝다. 그 힘든 생활 가운데서  틈틈이 외국어 공부도 하고 뜨개질을 하며 자신을 마음을 달래고 있는 친구가 존경스럽다. 문화센터에서 배운 일본어는 1급 시험을 거뜬히 통과했고, 그동안 뜨개질해서 주변에 나누어 준 수세미는 수를 셀 수도 없다.

나는 아픈 무릎을 견디며 큰 살림을 꾸려나가는 친구가 늘 안쓰럽고, 친구는 나 자신을 너무 담금질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늘 안타까워한다. 이렇게 서로가 짠하니 그 힘듦이 조금은 견딜만하고 가벼워지는 것일까?

지난 주말은 남편들의 생일이 비슷해서 함께  축하하며 식사를 했다. 낙동강 풍경을 보며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더없이 소중했다.

꿈 많던 여고시절 그 시간들은 아스라이 멀어졌고, 어느새 여기저기 몸 아픈 곳을 신경 써야 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이 여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는 내 삶은 풍성하다. 서로의 힘듦을 이해하고 잘 되기를 빌어줄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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