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둘째를 임신했다. 예원이가 동생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세 돌이 지난 예원이는 여전히 잠투정이 있어 밤에 몇 번을 깬다. 그런 상황에서 둘째를 가지게 된 딸은 마음이 복잡한 듯하다.
한 없이 기쁘면서도 친정과 멀리 떨어진 동탄에서 두 아이를 돌 볼 자신이 서지 않는 눈치다. 3년의 경력 단절로부터 이제 서서히 복귀를 준비하고 있던 딸이었다. 또 육아에 같은 시간을 전념하고 복귀하려니 심경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어려서부터 딸은 결혼하면 아기 네 명은 낳을 거라고 얘기하곤 했다. 아기를 많이 좋아하는 딸이었다. 막상 결혼해 아기를 길러본 딸은 마음을 바꾸었다. 한 명 예원이만 잘 키우면서 자신의 삶을 균형 맞추며 살겠다고 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친정엄마 입장에서는 무어라 말을 보탤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두 번째로 귀한 생명이 와 준 것이다.
둘째인 딸이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나는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첫째인 아들은 바빠진 엄마를 잘 적응하는 듯했는데, '엄마바라기'인 딸은 많이 힘들어했다. 일을 마치고 올 때까지 베란다에 기대어 앉아 버스정류소를 바라보며 엄마가 퇴근해 오기를 기다리던 딸이었다.
딸은 어릴 적 외로웠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인지 육아시기는 아이에게 전념할 것을 다짐한 듯하다. 온 힘을 다해 3년의 힘든 육아기를 보내고 이제 조금 숨 돌리며 자신의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려 했던 딸이었다.
그런 딸에게 둘째 소식은 마냥 기뻐만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동안의 혼란했던 마음을 잘 추슬러서 딸은 봄과 함께 와준 둘째 아기의 태명을 '봄봄'이라 지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소중하고 귀한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딸이 첫째 예원이를 잘 키우고 있는 것처럼 둘째 '봄봄'이도 지혜롭게 잘 양육하리라 믿는다. 딸의 힘든 여정에 손을 보태어 함께할 것이다. 내 친정 엄마가 나를 도와주셨듯이 나는 딸이 사회로 재 도약할 수 있도록 힘껏 도울 것을 다짐한다.
어쩔 수 없는 "나는 친정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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