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우연한 기쁨, 재미, 행운 (Serendipity)

아리아리짱 2024. 7. 19. 06:53

(보이차)
(천장의 보)

고등동창들과 함께 오랜만에 시내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현재 부산 근현대역사관 별관인 옛 미문화원과 옛 미화당 백화점이 있던 남포동, 광복동일대에는 우리에게 아련한 추억들이 많이 깃들여져 있는 장소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시내 남포동 거리를 누비는 것이 특별한 이벤트가 되기도 했었어요. 이 일대를 거닐 때면 늘 옛 시절이 함께 하는 듯합니다.

식사 후 티타임은 개인이 운영하는 소담한 카페로 가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리에게 큰 프랜차이즈  카페는 번잡하고 여유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용두산공원 입구 중앙성당으로 향하는 골목길을 따라갔습니다. 활발했던 예전 상권이 조금은 침체되어 보였습니다. 군데군데 임대를 써붙인 빈 점포도 보였고요. 친구가 생각했던 카페를 가니 문이 닫혀있었어요. 친구가 난감해했습니다. 오던 길을 되돌아 다시 내려왔습니다. 

그러다 아주 작은 소박한 간판을 발견했습니다. '茶마실'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시내에서 용두산 공원 쪽을 향하려면 늘 지나다니는 골목인데 그 찻집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식사가 가능한 찻집 같았어요. 점심식사를 이미 한 상태라서 차만 마실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2층으로 연결된 계단입구와 입간판을 보면서 망설이고 있는데 주인인 듯 보이는 중년사장님이 차만도 마실 수 있으니 올라오시라고 했어요. 

나무계단을 따라 2층에 오르니 새의 둥지 같은  작은 전통찻집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듯 모든 것이 옛스러웠어요. 오래전 지어진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소박하고 아늑한 찻집이었습니다. 특히 보가 그대로 유지되어 있는 천장이 독특했습니다.

 

몇 분의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안 쪽 별실로 안내되었습니다. 이  공간은 예약하면 스터디 등 소모임 행사를 위해 대여를 해주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6명 정도가 여유 있게 앉을 수 있는 방이었습니다.  주인장은 말차와 보이차를 직접 준비해서 우리에게 설명과 함께 맛을 보여 주었습니다. 차 맛이 깊고 그윽했습니다.

 

우리는 이 뜻하지 않은 차 대접과 찻집 분위기에 기분이 고조되었어요. 그야말로 '뜻밖의 우연한 행운(serendipity)'였습니다. 차를 마시며 오랜만에 한낮의 여유를 만끽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시내 한 복판에서 일상의 한가운데인 주중에 이런 곳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니, 어느 새롭고 낯선 여행지에 와 있는 듯 설레었습니다. 간단한 식사와 차를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예약하면 발우공양 전통밥상의 식사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두 시간 정도 한담을 즐기며 여유롭게 차를 마셨습니다. 번잡한 시대, 번잡한 시내 한복판에서 한가롭게 우연한 행운인 '세렌디피티'를 만끽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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