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신학기가 시작될 무렵 고1 새로운 학생이 왔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거의 손 놓았던 학생이었어요.
중등과정까지 열심히 공부해 왔던 학생들도 고등과정이 시작되면 성적이 하락하기 십상입니다. 시험범위가 3~4배 늘어나서 어휘와 문장구조 등 기본이 다져져 있지 않으면 공부량을 소화해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친구들은 공부의지도 약하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공부해 낼 끈기도 약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르칠 자신이 서지 않아 학생의 각오를 점검하기 위해 주말 동안 작년 모의고사 단어를 외워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테스트를 해서 공부의지를 확인하고 수강여부를 알려주겠다고 하면서요.
흡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성의를 보이는 정도로 학습해 왔기에 일단 함께 공부해 보자고 했습니다. 학생자신이 공부할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선생님도 힘껏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그러니 안도의 웃음을 띠며 90 도 폴더 인사를 하며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20년 가까이 학원을 운영해 오면서 이제는 체력도 순발력도 예전같이 않아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줄어드는 학생들과 함께 내 에너지도 고갈되어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즈음 눈을 반짝이며 나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학생을 만난 것입니다. 내가 아직도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서서히 힘이 차 올랐습니다. 그래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열정을 내보자는 각오를 했습니다.
내 학생은 처음의 각오와는 달리 공부하는 습관이 쉽게 붙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운동하며 자유롭게 놀던 습관이 단 시간에 고쳐지기가 쉬울 리가 없었습니다. 중등단어도 약한 데다 고등단어까지 소화해 내어야 하니 공부해 나갈수록 학생이 느끼는 좌절이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나름 본인은 애써서 공부를 했어도 그동안의 공부 공백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니 좌절은 더 커졌습니다.
학생과 마찬가지로 저도 힘이 빠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서 학원에 온 학생이 선생님 2 학기부터는 정말 열심히 공부해 보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20점이 채 안 되는 성적을 50 점대로 올려 보겠다는 것입니다. 그 말에 크게 믿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처음의 반짝이던 눈빛도 열심히 하려는 각오도 사라진 듯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카톡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내 주면서 재미있으니 한 번 보시라고 했습니다. 별 시시한 웃음을 주는 종류의 영상이려니 생각하며 건성으로 알겠다고 했습니다.
주말에 선생님 영상 보셨나요 라며 메시지가 왔습니다. 아직 보지 못했다고 하니 선생님이 꼭 보시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2학기 때는 꼭 성적을 올리고 싶다는 각오도 함께 보내 왔습니다. 영상을 통해 저에게 전달하고 싶은 무엇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틈을 내어 아래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https://youtu.be/3s2W8OVHN0M?si=rgi5m0zskVklYoUq
TV에 이런 유익한 프로그램이 있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감동의 드라마였습니다.
의지도 끈기도 약한 녀석이 저에게 이 영상을 보냈을 때는 본인도 이 학생들처럼 해 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일 겁니다. 실망으로 놓아버리려 했던 나의 열정을 다시 붙들어 매어 학생과 함께 달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친구가 지금의 각오로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도록 함께 다시 뛰어 볼 생각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찬란한 봄이 오기를 희망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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