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아낌!

아리아리짱 2023. 6. 5. 06:36

이 번 독서모임 토론책은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강신주/EBS Books)이었다.
"한 공기의 사랑 혹은 아낌의 지혜를 우리는 온몸으로 다시 배워야 한다. 모든 것은 타자의 고통에 민감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책날개에서)
'아끼다'의 사전적 정의는 '물건이나 사람을 소중히 여겨 보살피거나 위하는 마음을 가지다. 물건이나 돈, 시간 따위를 함부로 쓰지 아니하다.'이다. 
아낌의 정신은 소중히 여기는 것. 절약하는 것,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부리려 하지 않는 것, 무겁게 여기는 것이다.
저자는 아낀다는 것은 무척 수고스러운 일이지만 놀랍게도 바로 그것이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묵직하게 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어가며  '아낌'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새기게 되었다. 사랑보다도 더 진하게 농축된 것이 '아낌'인 게다.
아낌은 생각과 마음에 머무는 것이 아닌 움직임이며 실천인 게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불편을 덜어주고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기꺼이 나 자신이 한 번 더 움직여 주는 것, 그것이 아낌인 것이다. 사랑한다는 백 마디 말보다 그가 진 짐을 나누어 함께 지려는 한 번의 그 행동인 것이다. 부리려 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는 그 마음인 게다.
 
조 별 토론에서  '아낌'이라는 한 단어로 나의 책 나눔을 강조한 반면, 한 선배님은 '고통'을 강조했다.
강신주 교수님의 다음과 같은 강의내용을 함께 소개했다.
인간은 태어나서 첫울음을 터트리는 순간부터 고통의 삶이 시작된다. 엄마의 안전한 자궁으로부터 분리되면서 새롭게 마주하는 세상은 낯섦과 불안함의 시작인 것이다. 삶이 고통이기에 웃음이 아닌 울음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고해의 바다인 고통의 삶에서 우리를 견디게 해주는 것은 오로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인 것이다. 그 고통을 함께하고 나누면서 서로 고통의 짐을 조금 더 가벼이 지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게다.
그러니 자신의 허벅지를 힘껏 한 번 때려보자고 했다. 그때  그 아픔은 자신이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옆에서 한 사람이 그의 허벅지를 아무리 세게 때려도 우리는 옆사람의 고통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거의 느낄 수 없다.
이때 우리는 스스로의 다리를 때려 보며 저 사람의 고통도 이 정도일 것이라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통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만이 서로의 고통을 나누어질 수 있고 함께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타자의 고통을 공감할 때 우리는 삶의 고통을 조금씩 덜어내고 가벼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선배님은 '고락'을 강조했다. 삶은 동전의 양면처럼 괴로움과 즐거움의 연속이며 이는 늘 함께 온다는 것이다. 일체유심조이며 이는 오로지 자신의 관점의 선택인 것이다. 고와 락의 진폭을 줄여서 중도를 향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삶의 과제인 게다. 여여한 마음을 가지려 애쓰는 것이 삶의 화두인 것이다.
 
책 나눔을 통해 한 권의 책이 여러 권으로 다가오며 다시 정립이 된다. 토론회가 필요한 이유인 게다. 
고해인 '고통'의 삶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햇살에 기대어 '고락'중에서 즐거움을 더 크게 발견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나 자신은 물론 서로를 향한 '아낌'을 키워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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