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서적 연대체다!
마음의 연대 (이승욱/ 도서출판 레드우드)
정신 분석가인 저자는 한 때 중학교 교사로서 교직원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해직되는 시절을 겪습니다. 꼴같잖은 권력에 빌붙는 선생 같지 않은 선생들이 주도하는 그들이 쌓은 부조리의 벽이 너무 거대해서 이겨낼 수 없는 무력감으로 교단을 떠납니다.
작가는 그 이후 치열한 과정의 공부를 마친 후 정신분석가로 우리 사회로 돌아옵니다.
정신분석가로서 일하는 저자는 자신이 전쟁터의 야전병원에서 일하는 느낌이 든답니다. '세상'이라는 전쟁터에서 끝도 없는 전투에서 상하고 다친 부상자들(내담자들)이 찾아오고, 그들을 치료해서 내보내지만 내담자들이 돌아가는 곳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전쟁터라는 거지요.
전쟁의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도 모른 채 일상의 전쟁을 겪어 나가는 사람들에게 전쟁이 아닌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음의 고민과 그 방법 찾기를 함께합니다.
불안의 시대라고 명명된 세상이다. 많은 이들이 현재로 인해, 미래로 인해, 총체적인 삶의 불안을 미열처럼 앓고 있다. 인간의 삶이 불안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겠느냐만, 우리는 지금 예전 시대와는 다른 '이 시대'의 불안을 온몸으로 겪는 중이다.
이 시대의 수탈과 획책은 더 교활하고 더 무자비하지만,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보호망은 되레 더 허술해졌고, 공동체라는 이름의 의지와 협력의 구성체는 아예 사라진 지 오래다. 공동체가 살아 있을 때도 개인이 겪어야 할 고통의 몫은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보듬는 '마음'이 살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불안도 고통도, 모든 것이 '셀프'(self)가 되어 버렸다. 분열된 관계, 고립된 개인, 치열한 생존 다툼, 생존에 대한 강박 때문에 정작 삶을 누리지는 못하는 사람들... (12쪽)
내담자의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부상당한 이들의 아픔과 그 치료 과정을 지켜보면서 약자끼리의 연대, 즉 '신뢰'와 '진정한 관심 '의 관계로 연결된 '우리'가 그 안전함을 구축할 수 있음을 확인합니다.
정신분석가로서 작가는 선한 삶에 대한 해석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쁜 짓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것을 뺏거나 구태여 의도하여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절반의 선함 일 뿐이다. 남의 것을 빼앗지도 말아야 하지만 부족한 이에게 나누는 마음을 실천하는 일, 타인에게 상처가 될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필요한 정서적 지지와 마음 아픈 이 가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진심의 위로와 섬세한 배려를 제공하는 것까지가 나머지 절반의 선함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57쪽)
정신분석학자이자 발달 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의 말을 인용하면서, 중년 이후가 되면 다음 세대인 자신의 자녀뿐 아니라 사회를 위해 가치를 나누어 주는 존재로 나아가야 하며 그것이 중년의' 마음의 연대 '방향이라 합니다.
"중년이 되면 기본적으로 자기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 방향이 아니고 자기가 여태껏 쌓아온 지적 경험, 그 경험으로 쌓은 지혜, 그리고 가지고 있는 물적 토대를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을 하지 않으면 중년의 삶은 아주 중요한 과제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갈수록 팍팍해져 가는 현실에서 '자본주의적 경쟁이 만든 천박함' 속에 사는 건 매 순간이 그냥 전쟁이고 힘든 것 같습니다. 김 민식 피디님 표현처럼 " 그래도 어떡해요, 내 인생인데, 꾸역꾸역 살아야지요."
이 책의 표지글로 마무리하면서 중년으로서 내가 나아갈 방향과 '우리'로 나눔이 아닌 함께 살아가기의 방법인 선한 영향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봅니다.
파편화된 사회, 각자도생만이 정답이 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서적 연대체다!
"그것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어도, 힘든 자를 일으켜 세우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해 주며 누군가 저기 있다는 것으로 안도하게 하는 깃발이 되는 것이다. 또는, 길 잃고 혼란스러울 때의 나침반이 될 수도 있다. 힘겨운 일상에 매몰되어 자신을 찾을 수 없을 때, 연대는 자기 안에 숨 쉬고 있는 선한 의지와 더 올바른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진 자신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책 감사, 강의감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쾌락독서 (6) | 2019.05.02 |
---|---|
아프리카에서온 암소 9마리 (6) | 2019.04.29 |
내가 확실히 아는것들 (10) | 2019.04.24 |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8) | 2019.04.22 |
일독일행 독서법 (8) | 2019.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