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과학 관련 책은 왠지 접근하기 어렵고 만만하지 않아 선뜻 쉽게 읽지 못했어요. 그런데 <공짜로 즐기는 세상> 김민식 PD님의 추천 도서 인, '털보 과학 관장이 들려주는 세상 물정의 과학'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이정모/바틀비)는 그동안 생활에서의 궁금한 점과 사회적 이슈가 되어왔던 여러 사안들을 과학적 사고와 분석을 통한 해석으로 알기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과학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라는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님 말씀처럼 저자 관장님은 생각하는 방법에 따라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과학적인 지식은 빨리 늘어나고 널리 퍼지는 데 비해 생각하는 방법과 삶의 태도는 중세 시대나 지금이나 거의 바뀌지 않고, 지식을 쌓는 것은 부지런하기만 하면 되지만 생각하는 방법과 삶의 태도를 바꾸는 데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보는 자연사 과학 박물관이 아닌 만지고 실험하고 체험하는 생활 속의 박물관, 시끌벅적한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인 과학자 관장님입니다. 과학의 발전은 구경과 학습이 아니라 실험과 관찰에서 비롯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여러 가지 그동안 몰랐던 부분이나 궁금했던 부분을 과학적 접근으로 새로 알게 된 부분이 많지만 특히 동물원에 관한 부분은 충격적이었어요.
동물원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정겹고 사랑스러운 곳이지만, 동물에게는 실로 참혹한 공간이다고 합니다. 적정한 개체 수 유지와 공간 확보, 근친교배 방지를 위해서 동물들을 안락사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별 다른 생각 없이 재미있게 보던 동물쇼들은 매질과 굶기고 물을 주지 않는 방법을 통한 훈련의 산물이래요. 코끼리 트래킹도 마찬가지로 새끼 때부터 어미와 분리된 좁은 우리에 갇혀 온갖 고문으로 트래킹 할 수 있는 코끼리로 훈련된대요. 관장님은 코끼리 트래킹 하기 전 코끼리 눈 속의 슬픔과 괴로움을 봐야 한대요.
그러고 보니 별생각 없이 태국여행 시 코끼리를 타고 신기해 하기만 한 무지함이 막 밀려옵니다.
이렇게 고통받는 동물을 돕는 방법은 동물 쇼를 관람하지 않고 코끼리 트래킹을 하지 않으면,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사라진대요.
점차 동물 관점에서 고민하기가 시작되면서 동물원에도 '관람. 체험. 공연 동물 복지 기준'을 발표하여 동물 복지 기준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를 시도하는 중이랍니다.
'꼬리 자르기' 편에서는 도마뱀의 꼬리 끊는 재주는 독사에게 물리느니 꼬리를 스스로 잘라 생존하기 위한 최후의 전술인 자절(自切) 능력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 재계에 흔히 쓰이는 '꼬리 자르기' 표현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도마뱀 꼬리 잘라내기'는 힘센 놈들이 자신의 죗값을 힘없는 약자들에게 온전히 덮어 씌우고 빠져나가는 행위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런 데 도마뱀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도마뱀은 그들보다 훨씬 훌륭하다. 도마뱀은 남의 꼬리가 아니라 자기의 꼬리를 잘라낸다. 엄청난 자원을 포기한 것이며 이후의 삶도 만만치 않은 것을 잘 알면서 잘라낸다. 그리고 일생에 단 한 번만 꼬리를 잘라낸다. 그런데 도마뱀 꼬리 잘라내듯 곤경을 모면하는 사람들은 어떤가? 자기가 아니라 남을 도려낸다. 거의 모든 것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부분을 포기할 뿐이다. 그리고 꼬리 자르기를 한 번만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들은 평생을 그렇게 산다. 도마뱀이 그들보다 훨씬 훌륭하다.
재생능력은 하등 한 생명체에게만 있다. 왜 인간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는 것일까? 몸이 불편해진 사람들을 아직은 멀쩡한 사람들이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손과 발과 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253쪽)
과학자는 신화를 공고히 하는 게 아니라 신화를 깨는데 봉사해야 한다며 다음의 아인슈타인이 링컨 탄생 130주년에 한 말을 인용합니다.
"과학자는 자유로운 과학 연구를 위해서 정치적으로 적극 나설 의무가 있습니다. (...) 과학자는(...) 어렵게 얻은 정치적, 경제적 신념을 똑똑히 밝힐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사회의 다방면에 생활 밀착형 과학을 연계해서 설득력 있는 유머 넘치는 표현들로 과학을 우리의 일상에 성큼 다가오게 합니다. 과학을 통해 사회의 문제들을 예리하게 관찰 비판하고 소리 내어 말하는 작가와 함께 우리가 과학자의 눈으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입니다.
새로운 신간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도 많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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