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선생님이라면~~

아리아리짱 2023. 3. 10. 06:06

 

<빅스비 선생님의 마지막날> (존 D. 앤더슨 /윤여림/미래인) 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다. 
저자 앤더슨의 아내는 공립학교 선생님이다. 덕분에 저자는 학생들과 선생님의 관계를 더욱 자세히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청소년을 위한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김민식 피디님 블로그 글에서도 강조했지만 다음의 부분이 이 책의 백미라고 생각하여 되짚어 본다. 

세상에는 여섯 가지 유형의 선생님이 있다. 

첫 번째는 좀비유형이다.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선생님들 유형이다.  이들은 배움의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앗아갈 문제지를 옆에 끼고 있다. 좀비 선생님들의 수업은 원래 재미없기 때문에 앗아갈 즐거움도 없다. 이런 유형의 선생님들은 우리 뇌를 파먹진 않지만, 딱히 뇌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두 번째는 카페인 중독자 유형이다.
그들은 항상 어디선가 기념품으로 받은 보온 컵을 들고 다닌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쫑알대면서 말을 쏟아내기 때문에 그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벌집 속에 머리를 박고 있는 것 같다.

세 번째는 던전 마스터 (교도관) 유형이다.
이 유형의 선생님들은 교내 체벌의 부활을 꿈꾸며 빨간색 경고장을 남발하고 다닌다. 모든 수업시간에 절대 떠들어서는 안 된다.

네 번째는 스필버그 유형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멋져서가 아니라 수업시간 항상 영화를 틀어줘서 그렇게 부른다. 

다섯 번째 신참 유형이다.
신참은 농장에서 갓 따온 푸릇푸릇한 새싹 같은 선생님들로 과하게 열정적이다. 이 선생님들은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서 우리가 정답을 말하면 서커스단 물개처럼 박수를 친다. 하지만 이 시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신참들은 꽤 빨리 지쳐 나가떨어진다. 그렇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년 혹은 2년 정도다. 그런데 나는 그런 이유가 학생들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 시스템 탓이다.

 

여섯 번째는 좋은 선생님 유형이다.
학교라는 고문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유형. 학년이 바뀌어도 찾아가서 인사하고 싶고, 실망시키지 않고 싶은 선생님이 바로 좋은 선생님이다. 빅스비 선생님처럼 말이다. (15~16 쪽)

아이들의 시각으로 분류한 선생님의 유형들이 재미있고도 명백하다.

 

세 명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빅스비 선생님을 위해 마지막 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이 모험처럼 펼쳐진다. 이들은 투병 중인 빅스비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학교를 빠져나온다. 선생님이 입원 중인 병원을 향하는 이들의 마음에는 오직 선생님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차 있다. 빅스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불어넣어 준 사랑의 힘이 컸기에 아이들 또한 선생님과의 간절한 마지막 시간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빅스비 선생님은 아이들이 바라본 '좋은 선생님'의 대표적 예이다. 선생님은 진실한 사랑으로 그들과 함께하고, 믿어주고 잘 해낼 수 있도록 응원한다. 
 
나는 사교육 언저리에서  20여 년을 학생들과 함께 해왔다. 비록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들이었지만 나는 그들에게 어떤 선생님이었을까?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친 사람이었을까? 
어느덧 은퇴를 맞이할 시간이 되어가니 여러 생각들이 오간다.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어서 가르치는 것이 좋았다. 아직은 순수함이 남아있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라서 즐거웠다.  사교육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나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 행복했다. 그들의 학습의욕을 일깨워주고 그들이 성장하고자 애쓸 때 힘이 되어주는 선생님이고 싶었다. 공부와 학습능력으로만 연결된 사교육 선생님이지만 그들과 인간적 교감을 좀 더 가지려 애썼다.
나의 지나친 의욕으로 힘들었던 학생들에게는 좀비 선생님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코드가 맞아 학습능력을 향상한 학생들에게는 좋은 선생님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들의 힘이 되어주고 그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선생님이기를 바라며 함께했었다. 그들과 알콩달콩 보낸 시간들이 이제는 추억으로 자리 잡을 시간이 되어간다.  좀 더 최선을 다하지 못한 부분에 아쉬움도  남는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매일매일이 선물 같은 날임을 새기며 남은 날들을 함께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