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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것의 제거

아리아리짱 2023. 2. 20. 06:03

(맥도생태 공원의 고니들)

몇 년 전부터 입의 혀 옆 가장자리에 팥알만 한 작은 돌기가 솟아올랐다. 통증도그다지 없고 크기도 그대로인 듯해서  그대로 두었다. 구강 작열감 증후군이 생긴 이후부터는 피곤하거나 수면이 부족할 때는 혀가 허는 경우가 잦아진다. 특히 그 부분이 좀 덧나는 듯 아프기까지 했다. 신경이 쓰여 이비인후과와 치과 등을 가니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닌 듯하지만 구강내과 전문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결국 양산의 부산대 병원 구강내과에 작년가을에 가게 되었다. 담당선생님은 임상 경험상 나쁜 쪽은 아닌 섬유종 같지만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니 수술해서 제거하는 쪽을 권했다. 제거 수술을 해서 조직검사를 해야 정확한 결과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몇 년 동안 크게 불편하지 않았고 더 커지지 않는 듯해서 좀 생각해 본 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주변에 얘기를 하니 혀를 잘못 건드리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서울 쪽 병원도 가보고 결정해야 되지 않겠냐며 걱정들을 했다. 조금씩 걱정이 커졌지만 바쁜 연말 연초의 일정들을 소화하고 일단 부산대 병원의 담당선생님을 믿고 제거 수술하기로 결심했다. 

선생님은 레이저시술로 제거하니 수술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열흘쯤 경과하면 말하기와 먹기는 불편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술을 하기 위한 피검사 결과도 정상이라서 2월 17(금) 일 오전에 드디어 수술을 했다.

제거된 조직검사 결과는 2주 후에 알 수 있다고 한다. 제거된 부위에 살이 제대로 차오르려면 한 달 정도 걸리니 참고 기다리자고 하신다. 빠른 회복을 위해 며칠간은 무리하지 말고 푹 쉬라고 했다. 오랜만의 주말을 완전 무장해제하고 푹 휴식을 취하리라 생각했다. 

 

나는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있고, 물이 바뀌면 배탈이 나는 등 타고난 허약체질이었다. 큰 질병으로 입원치료하고 그런 적은 없지만 조금만 무리해도 몸이 그대로 드러내는 '골골' 체질이었다.

내 몸에 대한 자각이 생긴 이후로는 건강에 관련된 실천을 하려 노력해 왔다. 그래서 운동, 걷기, 섭생에 관심을 가지고 실행에 옮겼다. 주변에서 우스개 소리로 나처럼 하면 100년 이상은 거뜬히 살 거라는 얘기들도 했다. 나는 오래 살기에 앞서 사는 동안의 내 의지로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 내 노력에 의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노력의 수고를 기꺼이 하고 싶다. 그런 나를 좀 유별나게 여길 수도 있지만 아파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다. 사람들은 본인이 겪은 만큼만 느끼고 아는 것일 게다.

그렇게 생활해 왔는데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이 듦에 따라 몸 여기저기에서 신호를 보내온다. 때로는 약간 억울하기도 하다. 내가 들인 노력에 비해 몸에 나타나는 반응들이 야속해서이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좀 더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경고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몸의 작은 부위에 그리 중하지 않은 상처와 고통에도 나는 온갖 생각들이 오간다. 그나마 이만한 것이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몸에 아주 작은 부위의 발병과 제거에도 이렇게 걱정과 아픔의 고통이 따른다. 나보다 더 심각하고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수많은 아픈 사람들이 떠오른다. 내가 아파보니 아픈 사람들이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은 단순한 동물인가 보다.

병원에 들락거리니 수많은 아픈 사람들과 그 아픔을 돌보는 의료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병을 극복하고 또 치료하려고 애쓰고 있다. 인간의 삶은 생로병사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그 삶의 길목에서 각자가 조금 더 용기내고 조금 더 친절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아픈 사람들과 치료하는 사람들 모두가 힘들고 지치는 여정이지만 우리가 서로를 위하지 않으면 우리 삶은 너무 가엾고 슬퍼진다.

 

다음날인 셋째 토요일은 '부산 큰솔나비 ' 새벽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다. 수술 후의 통증이 어떨지 예측이 되지 않아 참석 여부의 댓글을 달 수가 없었다. 웬만해서는 독서모임에 참석하고 싶었다. 까무룩 낮잠을 자고 저녁이 되니 얼얼한 통증이 조금 가신 듯하다. 독서모임만 참석하고 주말 이틀은 진공상태처럼  푹 쉬리라 생각하며 용기를 내어 참석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우리 독서모임에는 간호사 선배님들이 많다. 그분들의 노고가 더 크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백의의 천사'들인 선배님들이 더욱 보고 싶어 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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