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사는게 뭐라고? 사는 게 뭐라고!

아리아리짱 2023. 1. 11. 05:18

(사노 요코/이지수/마음산책)

 

부산 큰솔나비 독서토론회에서는 조 별로 책 나눔을 한 후, 한 사람이  전체 회원에게  '원포인트'로 그 책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발표합니다. 그 토론 책을 한 번 더 살펴보는 과정을 가지는 셈입니다. <사는게 뭐라고>는 연령대 별로 공감대 형성이 많이 차이가 나는 책이었습니다. 젊은 선배님들과 남성 선배님들은 공감대가 아주 낮은 반면 제 또래의 여성 선배님들은 비교적 높은 공감대가 형성되는 책이었습니다.

이 번 책은 제가  '원포인트'를 하게 되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는 게 뭐라고>는 내 삶에 잔잔하게 위로가 되는 책이었습니다. 우리네 평범한 인생이란 특별할 것 없는 시시함과 소소함이 쌓여가는 것이라는 것,  사람은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사는 모습이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느꼈어요. 그녀가 담담히 당당히 받아들이는 나이 듦의 삶이 멋있기까지 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생활을 진솔하게 거침없이 써 내려가는 것을 보고 나도 이런 글을 이렇게 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친절한 사노 작가였습니다.

흔히 일본 사람은 속마음과 겉마음이 다른 즉 '혼네와 다테마에'가 뚜렷이 구분되는 사람들이라고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저자인 사노 요코는 여과 없이 자신의 속마음을 시원하게 표현합니다. 60을 훌쩍 넘어  70이 되어가는 병든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쾌하게 삶을 이어갑니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아는 사노 할머니의 거침없는 삶에 대한 표현들이 인상적입니다.

작가는 암 투병 중 극심한 고통을 한국드라마를 보면서 견뎌냅니다. 한국의 친절하면서 잘 생긴 남자 주인공을 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소장용 DVD 사서 팬심을 발휘합니다. 판타지에 가까운 한류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일본의 60 대 아주머니들의 설레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 한편 사랑스럽기도 했습니다.

몇 년 전 SG 워너비의 콘서트에서 일본 아줌마들이 앞자리에 대거 차지한 것을 보았어요. 전 날 근처 숙소에 예약하고 공연을 보러 왔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 가수들을 아느냐 물어보니, 욘사마가 좋아하는 가수라서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어요. 욘사마의 위력이 대단함을 느꼈어요. 이번 BTS 부산 공연 때도 많은 일본 아줌마들을 보았습니다. 물론 딸과 함께 온 아줌마들도 있었지만, 50~60대의 아줌마 혼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온 분들도 많았어요.  나라를 건너서 이렇게 팬심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듯한데 일본 아줌마들은 순진함을 넘어 순수함이 더 있는 것일까요?

한국 60대 70대 아줌마들은 용감하고 씩씩하여 새로운 성으로 분류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어요. 그 세 가지 성별은 여성, 남성, 그리고 아줌마! 그에 비해 일본 아줌마들은 아직 소녀감성을 많이 간직한 듯 여겨집니다. 

나는 아줌마다. 아줌마는 자각이 없다. 미처 다 쓰지 못한 감정이 있던 자리가 어느새 메말라버렸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서야 그 빈자리에 감정이 콸콸 쏟아져 들어왔다. 한국 드라마를 몰랐다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인생이 다 그런 거라고 중얼거리면서. 하지만 브라운관 속 새빨간 거짓말에 이렇게 마음이 충족될 줄 몰랐다. 속아도 남는 장사다. (137쪽)

 사노 요코의 꾸밈없는 생각과 감정표현이 좋습니다. 덕분에 아줌마들의 메마른 감정까지 다시 촉촉이 적셔서 일깨워주는 K 드라마의 위력도 새삼 느꼈습니다.

'덕질'로 삶의 고통을 이겨낼 힘을 얻는다면 '불멍', '물멍'처럼 드라마 멍인 '드멍'도 삶의 활력을 찾는 도구가 될 수 있음에  가끔 드라마 폐인이 되는 저에게 살짝 위로가 됩니다. 

 

사는 게 뭐라고!

사는 게 뭐라고?

이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정답은 무엇입니까? 

"사는데 정답은 없다"입니다.

정답이 없기에 우리는 인생의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정답 없는 삶이기에 걱정, 불안과 불만으로 우리를 가두어서는 안 됩니다. 걱정과 불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매 순간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사는 게 뭐라고>를 읽고 저의 원 포인트는 자신의 본능에 따르자입니다. 죽음과 질병에 쫄지 않고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나를 사랑해 주어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임을 새겼습니다.

책 앞부분 다음의 글이 많은 여운을 남깁니다. 함께 읽어보면서 저의 원포인트를 마치겠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꽃 한 송이의 생명조차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아는 것이라고는

나 자신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죽는다는 사실이다.  (9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