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걷기)감사

캐나다에서 체리 직접따기 (2)

아리아리짱 2022. 12. 5. 06:08

 

나는 체리가 좋다. 기운이 떨어질 때면 체리 몇 알 먹으면 금방 기운이 올라온다. 그 검붉은 색깔이  금방 피로 전환되어 수혈받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체리를 마주치면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다. 조금 비싼 편인 과일이지만 체리 앞에서는 경제적 관념이 무력해진다. 

그런 나에게 동생 부부가 체리 따기 (you-pick) 체험을 가잔다. 우와! 체리나무를 보는 것을 넘어 직접 따 보는 경험이라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좋다며 따라나섰다. 

점심 도시락까지 싸서 소풍 가듯이 가볍게 나선 길이다. 아뿔싸! 그런데 체리농장까지 4 시간 정도 운전해서 도착하는 것이다. 세상에 체리가 암만 맛있고 좋아도 부산에서 서울까지 거리를 체리 따러 가다니~~!

세계 두 번째로 큰 땅 캐나다에 살면 지리적 거리감이 4시간 운전길은 40분 정도 운전하는 느낌일까? 

캐나다 서쪽에서 동쪽 체리농장이 있는 오소유스까지 지도상에서는 아주 가까운 거리지만 4시간이나 걸린다. 이렇게 먼 거리인 줄 알았으면 제부의 체리농장 체험 제안을 덥석 물지는 않았을 텐데...

덕분에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캐나다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거의 없고 중간중간 도시락과 바베큐를 먹을 수 있는 휴게시설)
(휴게소가 거의 없으니 언제나 도시락 준비는 필수)
(연꽃 무늬를 이루는 소금 호수)

길가의 나무들과 협곡 산맥의 모습이 모두가 이색적이다. 토양과 지질, 기온 차이에 따라 숲의 나무들이 달라지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빽빽한 침엽수 가득한 서쪽에서 동쪽으로 갈수록 나무가 듬성듬성 자라는 지대를 지나니 사막 식물이 보이는 사막까지! 캐나다에 사막이 있는 것도 처음 알게 된다. 사막지대를 지나니 1 년 내내 따뜻한 기온과 태양 가득한 오소유스 체리농장에 도착했다.

체리를 마음껏 따먹고 직접 딴 만큼의 체리를 그 무게만큼 계산해서 살 수 있는 체리농장 체험이었다.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열린 체리 앞에서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나무들 사이를 누비며 체리를 실컷 따서 먹고 통에 담고 있으니 여기가 어딘가 싶기도 했다. 내 생에 잊을 수 없는 경험과 시간들이었다.

파운드당 캐나다 돈 3$, 한국에 비해 너무나 싼 가격이다. 한국에서는 조금 아끼듯 먹었던 체리를 배가 빵빵하도록 실컷 먹고 큰 바스켓에 한가득 따서 돌아오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동생 부부와 신기하고 놀라운 체험을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감사했다. 가슴에 새길 추억들이 되면서!

(쑥과의 사막 식물이 있는 캐나다 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