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걷기)감사

나눔과 배려의 하회마을

아리아리짱 2022. 11. 25. 06:02
(부용대에서 바라본 해질녘의 하회마을)

열매 봉사단에서는 해마다 봄가을 두 번의 연수여행을 떠납니다. 이 번 여행지는 안동으로 정해졌어요.
안동은 오래전에 아이들 어렸을 때 다녀왔던 곳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져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듯 다가왔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인 봉정사와 병산서원, 하회마을을 돌아보고 오는 일정이었어요. 새벽 일찍 출발하여 하루 여정이 밤늦게 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었습니다.
봉정사는 고려시대 지어졌으며 극락전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부석사의 무량수전보다 더 오래된 목조건물인 것입니다.

(봉정사의 세월만큼 오래된 나무와 돌계단)

병산서원은 조선의 지방 사립 대학 역할을 한 곳이며 서애 류성룡 선생의 위패를 모셔놓은 곳입니다. 강을 바로 보는 서원은 학문을 하다가 사색과 산책을 하기에 좋아 보입니다. 서원들은 주로 자연과 더불어 학문을 정진하기에 좋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서애 류성룡 선생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을 발탁하여 국난을 극복하게 한 중심인물이어서 더 애정이 갑니다. 그가 학문에 정진하며 제자들과 함께 한 곳이라고 하니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됩니다.

(강을 바라보는고즈넉한 병산서원)
(병산서원 대문에서 바라본 낙동강변의 모래와 산)

하회마을에는 전통적인 양반들의 고택이 잘 보존되어 있어 세계유산 한국의 역사마을로 지정 보존 중인 것 같아요.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따르면 하회마을이 이렇게 국난이나 전쟁 때 훼손되지 않고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것에는 '나눔과 배려'의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적군의 노략질로 방화가 주로 일어나지만, 억눌린 민심의 분출로 소작농이 혼란을 틈타 양반가에 불을 지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회마을에서는 성난 민심의 방화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하네요. 다른 지역과 달리 양반과 소작농의 농작물 수익 배분이 6:4로 비교적 농민에게 넉넉했으며, 가뭄이 들거나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는 5:5의 배분으로 소작농을 우선으로 수익을 나누는 배려의 전통 있었기 때문입니다.

양반가의 대문 옆에는 주먹 하나 들어갈 만한 조그만 돌구멍이 있었어요. 가뭄이나 기근으로 힘든 시절이 닿으면 여기에 엽전을 넣어두어 어려운 사람들이 돈을 꺼내어 가서 생활할 수 있도록 비상응급 구조금을 준비해 두는 것입니다.
한꺼번에 많이 가져갈 수 없도록 큰 움큼의 주먹으로는 손이 빠지지 않도록 구멍이 작습니다. 여성이나 아이들의 손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의 크기입니다. 대문 밖 그리 높지 않은 위치의 담장에 있어 힘든 사람에게 구원의 손길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돌구멍이 안동 하회마을의 나눔과 배려의 아이콘인 것입니다.

(조랑말 마구간이 지금은 자전거 만 주차, 주인집 말 그릇 두개와 손님용 말그릇 그릇방향이 안팎으로 다름)

이것 외에도 대문간 입구의 조랑말 구유의 숫자와 방향 등 가옥구조 등에서 볼 수 있는 배려의 흔적들이 곳곳에 있어서 양반과 평민의 갈등이 그리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평온함이 오늘날의 하회마을 본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했고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왜 안동 하회마을과 일대를 여행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안동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마음이 가는 여행지입니다.

(하회 마을 만송정 숲에서 바라본 부용대)

마지막으로 부용대에서 하회마을 전체를 조망했습니다. 안내판의 표현처럼 마을 전체가 낙동강 위의 한송이 연꽃같이 보입니다. 해 질 녘 불이 하나 둘 켜지고 있는 마을 풍경이 평화롭습니다.

(부용대에서의 하회마을)

부용대는 '연꽃을 내려다보는 언덕'이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하회마을이 물 위에 떠 있는 한 송이 연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부용대어서는 하회마을과 마을 앞의 만송정 숲, 그리고 마을 전체를 휘감아 도는 낙동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부용대 안내판에서)
역사가 보여주듯 가진 자가 마음을 내어 더 나누고 베풀어야만이 평화와 공존이 가능합니다. 부익부 빈익빈이 커질수록 갈등과 분노는 커질 것입니다. 그 크기만큼 우리 모두의 삶을 더 팍팍해질 것이고요.
나눔과 배려의 문화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안동 하회마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