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걷기)감사

동생과 함께 했던 캐나다의 여름 (1)

아리아리짱 2022. 11. 28. 06:35

(앞에 있는 하얀꽃이 핀 둥글레)
(동생의 둥글레차)

지난여름의 무성했던 잎들을 불태우며 나무들이 하나 둘 옷을 벗는 요즈음 따뜻한 차가 절로 당긴다.

나는 지금 둥굴레차를 마시고 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동생이 마당에서 직접 키워 뿌리를 다듬어서 찌고, 말려서 차로 만든 것이다.

둥굴레차를 마시면서 지난여름 동생 가족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더듬는다.

동생은 캐나다로 이민 간지가 20여 년이 된다. 그동안 동생은 대 소사가 있을 때마다 한국을  몇 번 다녀 갔지만 나는 동생의 이민 후에는 캐나다를 간 적이 없었다.

지난봄 동생이 전화를 했다. 언니와 형부가 캐나다를 한 번 방문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지금은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있지만 머잖아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됐으니 꼭 그전에 캐나다에 다녀 가란다. 3주의 일정이 약간의 무리가 따르지만 나는 남편과 함께 캐나다 여행길에 올랐다. 

천성이 부지런한 동생은 나이 들면서 어깨, 목 등 몸 여기저기가 많이 아프다. 부지런함이 지나쳐 몸 여기저기가 탈이 난 것이다. 이민 초기 자리잡기 위해 힘든 일도 주저하지 않고 했었고 지금은 어는 정도 살만한데도 여전히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며 부지런히 생활한다.

한국에서는 공부도 곧 잘했고 교사자격증이 있어 좀 더 편한 직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인데, 초기 이민 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뒷마당의 황금 자두나무)
(황금자두와 블루베리)

동생은 지금 칠리왁에서 살고 있다. 칠리왁은 밴쿠버 근교의 전원도시로 기후가 따뜻하고 토양이 기름진 곳이다. 그러니 마당의 나무나 작물들이 정말로 잘 자란단다. 동생의 텃밭 가꾸기는 씨앗만 뿌려놓으면 1년 내내 먹거리를 풍성하게 가져다준단다.

집 지었을 때 함께 심은 황금(노란) 자두나무는 거목이 되어 우리가 머무는 여름 내내 실컷 배불리 따 먹을 수 있었다.  잘 익은 자두를 따서 동생은 이웃사람들에게 나누며 나를 소개하면서 이웃의 정을 나누기도 했다.

마당 있는 집에서 텃밭 가꾸며 사는 것이 나의 로망이었는데 동생 집에서 그것도 캐나다에서 실컷 그 호사를 누린 것이다. 울타리 따라 자라고 있는 블루베리를 따 먹으면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부추, 깻잎, 상추, 참나물, 시금치, 고추, 대파, 토마토 등 동생의 작은 텃밭은 먹거리로 가득 찼다. 씨앗만 뿌리고 물만 주면 거의 1 년 내내 먹거리를 제공하는 보물창고 같은 동생의 텃밭이었다. 

아무리 심어만 놓으면 저절로 자란다지만 그래도 여름에는 매일 물도 주어야 하고 이 것 저것 텃밭 가꾸기는 손가는 일이 많았다. 동생은 몸이 재발라서  그냥 해왔던 것들인데 나이 들어감에 따라 여기저기 탈이 나면서 몸에 경고 등이 켜진 것이다.  눈으로 보고는 일을 멈출 수 없어 결국 아파트로 이사 갈 것을 결심했단다. 

친정 가까이에 살면서 늘 엄마의 도움 손길을 필요로 했던 나와는 달리, 동생은 누구의 도움 없이도 두 아들을 거뜬히 키워냈다. 지금 딸이 친정과 멀리 떨어진 동탄에서 육아로 힘들어할 때면 , 그 옛날 동생은 어떻게 친정 도움 손길 없이 두 아이를 키워냈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만큼 또순이인 동생이 이제는 몸과 마음을 좀 더 느긋하고 편하게 지내면 좋겠다. 

동생과 함께 하는 캐나다는 마당의 나무 그리고 텃밭과 같이 시작되었다.

(수국가득한 앞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