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걷기)감사

갈맷길 완주 응원

아리아리짱 2021. 12. 27. 06:05

 

(9코스 시작 회동 수원지)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남편의 부산 갈맷길 걷기는 아직 미완의 상태였습니다. 더운 여름과 코로나 변이의 성행, 그리고 여러 가지 일 등으로 잠정 중단 상태였죠.

남편은 12월이 가기 전에 갈맷길 걷기를 마무리해야겠다며 주말마다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심한 추위가 다가오기 전에 완주하려니 일정이 조금 빠듯해졌습니다.

갈맷길 9 코스를 남겨 둔 남편에게 맨 마지막 걷기는 함께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낸 남편을 응원하고 싶었거든요. 남편은 9코스 중 더 아름다운 길을 마지막 코스로 남겨두었습니다.

아침 8 시에 집을 나서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회동 수원지 근처의 9코스가 시작되는 상현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부산의 걷기 좋은 길 '갈맷길'

지난가을부터 남편의 부산 갈맷길 순례가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은 은퇴 후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하며 올레길을 따라 제주도를 돌아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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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를 끼고 이곡마을까지 걷는 코스입니다.
10시쯤에 저수지의 풍경을 담으며 가벼운 발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시골 언저리 길에서는 어슬렁거리는 개들을 가끔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외진 길에서 혼자라면 무서워서 걷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부산의 한 부분을 걷고 또 걸으면서 먼 훗날 산티아고에서 걷는 다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남편과는 대신 공원과 맥도 생태공원을 자주 산책해 해 왔습니다. 익숙한 길들 과 달리 낯선 길을 찾아 나서니 이 또한 일상이 여행이 됩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이정표와 지도를 보며 걷고 또 걷습니다. 길을 걷는 동안 분홍, 파랑 리본과 갈맷길 안내 화살표시로 갈맷길 안내가 잘 되어 있습니다.


찻길 옆 걷기 좋게 인도를 잘 닦아 놓은 곳도 있지만, 군데군데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외진 시골길도 있습니다. 천천히 마을 풍경을 담으며 걸을 수 있는 걷기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총 세 시간의 걷기 일정 중 한 시간을 남겨 두고 하천 옆을 지나다 물 가에 자리 잡고 앉아서 김밥을 먹었습니다. 보온병에 담은 뜨거운 커피와 함께 먹는 김밥은 꿀맛입니다. 배가 든든하니 남은 한 시간쯤은 가벼이 느껴집니다. 아직 길이 정비되지 않아 걷기가 불편한 차도 한편을 걸어야 하는 코스에서는 많이 긴장이 됩니다. 그러다 잘 닦여진 인도를 만나니 안전한 길의 소중함을 다시 느낍니다.

9코스 중간에 부산 치유의 숲을 지나갑니다. 지난 번 자동차로 반대길로 왔었는데 무척 반가웠습니다. 

 



잘 닦여진 길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런데 20 여 분을 가니 갈맷길 안내 리본과 화살표가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안전하고 편한 인도로 계속 걷고 싶다는 생각에 이정표를 챙겨보지 않은 것입니다. 네이버 길 찾기를 보니 도착 예정시간이 훨씬 길어졌습니다. 길을 잘 못 든 것 같아 인근 주민에게 물어보니 온 길을 되돌아가서 중간에서 오른쪽으로 연결되는 길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략 난감했어요.
길이 찾기 힘든 구간에서는 앱도 확인하고 리본과 이정표를 챙겨보아서 실수가 없었는데, 편한 인도로 계속 걷고 싶다는 생각에 그냥 계속 직진을 한 것입니다.

 

 

남편이 갈맷길 전 코스를 걷는 동안 이런 실수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혼자 걷다가 함께 하는 즐거움에 긴장의 끈을 놓은 듯합니다.
오르막 언덕길을 다시 되돌아 내려오며 약간 당황스럽고 짜증도 나려 했지만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이 또한 재미있는 추억이 될 테니까요!

오늘의 도착지 이곡 마을에서 정자와 마을 수호 나무를 봅니다. 옷을 벗고 있는 겨울나무는 조금 스산합니다.
따뜻한 봄이 오면 또 파릇파릇한  새잎을 틔울 것입니다. 지금은 우직하게 그 자리에서 추위를 견디면서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찬란한 새 봄을 위해서!




도심과 일상에서 이렇게 걷기로 여행의 설렘을 느끼기는 오랜만입니다. 이곡마을에서 마을버스로 기장시장을 향했습니다. 원래는 이 코스가 갈맷길 마지막 구간인데 남편이 지난번에 먼저 걷고 스탬프를 찍었던 것입니다. 함께 걷기 좋은 오늘의 길을 아껴두었던 것입니다.

기장시장에서 생동감 넘치는 시장 풍경을 담고 기장역으로 향합니다. 기장역에서 동해남부선 기차를 타고 종점인 부전역에 도착했습니다. 부전시장 구경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낙동강 옆에 있는 집으로 향합니다. 같은 부산에서 이렇게 긴 여정으로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남편이 완주한 갈맷길 중에 경치가 좋으면서 걷기 좋은 길을 내년에는 함께 가보고 싶습니다.

(시간의 때가 묻은 갈맷길 안내자도 )


갈맷길 완주를 함께하며 저무는 한 해를 되돌아봅니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 잘 견디어 낸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새해는 더 기쁘고 즐거운 일 가득하길 빌면서 힘차게 나아가렵니다.

(겨울철새 고니:맥도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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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걷기 좋은 길 '갈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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