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나의 기록 보관소

아리아리짱 2022. 11. 4. 06:00

(강원도 정선)

 

블로그는 나의 아카이브(archive, 기록보관소)이다.

자칫하면 자랑질이 될 수 있는 것들을 글로 나타낼 때는 약간의 망설임이 앞선다. 

사적 생활을 어느 정도까지 표현할 수 있나 하는 고민으로 그 경계를 늘 살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 글에 담을 수밖에 없는 것은 블로그가 내 기록 저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처음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나는 내 아들, 딸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편지 쓰듯 쓴다는 생각으로 글을 올렸다. 말로는 전달되기 어려운 세세한 감정들을 담아 엄마는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달하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먼 훗날 그들이 살다가 가끔은 엄마의 흔적을 느끼고자 할 때 기록보관소를 들러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쉽게 살펴볼 수 있는 그런 앨범 같은 공간이길 바랬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의 갈피 갈피들을 여기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올해는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는 환갑의 해이다.

요즘은 환갑을 운운하기 민망할 정도로 환갑은 너무나 젊은 나이가 돼버렸다. 그래도 가족들은 그냥 지나가면 섭섭하니 가족여행을 떠나자고 했다. 

가족 모두 지난 연휴를 맞아 강원도로 향했다. 강원도는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라 늘 아련함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마음의 고향인 강원도는 지리적 거리 때문에 그리 자주 가보지 못했다. 딸가족은 동탄에서 출발하고 우리 부부는 대전역에 내려 아들 차로 함께 용평으로 향했다. 가족 모두 함께 하는 시간은 늘 설레고 기분이 좋다.

가는 길에 맛집으로 유명한 한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고 나오다 마당에 있는 대추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대추를 보면 나는 그냥 지나치지를 못한다. 꼭 집어서 먹어봐야 한다. 저 체온이라 열을 내어 양기를 주는 대추가 그렇게  좋고 당기는가 보다.

손녀와 함께 대추를 따서 먹고 있으니, 사위가 "어머니 그것 남의 것 허락도 받지 않고 따먹으면 안 돼요"라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손녀와 나는 신나게 한 움큼 따서 맛나게 나누어 먹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만약 사과 나무라면 남의 것을 그리 함부로 따먹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큰 사과에 비해 작은 대추라서 양심에 가책이 덜 가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아버지가 군 제대 후 한 동안 시골역 앞에서 여관을 운영하신 적이 있다. 그때 시골 역 앞에 커다란 대추나무 한그루가 있어, 대추가 영글 때면 온 동네 아이들이 나무에 매달려 대추를 따먹곤 했다. 초등 2학년인 나는 키가 닿지 않아 제대로 따먹을 수 없어 많이 아쉬웠던 기억이 아직도 있다. 그때 몇 개 밖에 먹을 수 없는 그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대추나무와 마주 하면 그냥 따먹고 싶어 진다. 그 식당 사장님에게 이 글로 허락 없이 따먹은 대추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3박 4일은 꿈같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가는 첫날 용평 워터파크에서 손녀와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10월의 차가운 계절에 물놀이라니! 그래도 손녀가 좋아하는 물놀이니 함께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물은 따뜻했고, 내 마음은 더 뜨거워졌다. 손녀보다 더 신나게 물놀이를 즐긴 것이다. 60 할머니가 3살 손녀보다 더 신나고 재미있게 물놀이를 즐기니 딸이 엄마 다음에도 또 오자고 한다. 

저녁을 먹고 나는 노래방에 가자고 했다. 다들 피곤하고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데 나는 내 환갑여행이니 내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며 억지를 부렸다. 가족들 모두 할 수 없는 듯 따라왔다.

나도 음주가무가 능한 사람이 아니라 노래방을 즐기진 않지만,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3년 전 딸이 손녀 예원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가 가족 노래방 나들이 마지막이었다.

가족 다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추니 내가 청춘으로 돌아간 듯했다. 손녀 예원이는 화려한 조명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더니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를 메들리도 가장 오래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할머니와 흥 레벨이 제대로 통하는 손녀다. 

코로나 여파이고 금요일이어서인지 노래방은 우리가 첫 손님이었고 넉넉하게 넣어주는 서비스 시간까지 다 즐기고 나올 때까지 손님은 우리들 뿐이었다.

노래방을 통째로 즐긴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다음날 정선으로 향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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