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막내 남동생과 김장김치

아리아리짱 2020. 12. 14. 06:00

 

결혼 후 제가 직접 김치를 담아 본 것은 겨우 손가락 곱을 정도입니다. 요리에 크게 관심도 없었지만 친정어머니가 때 맞춰 늘 김치를 담가 주셨거든요. 엄마는 맏사위 입맛에 맞추어 젓갈이 진하게 들어간 김치를  사위가 맛나게 먹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니 김치가 떨어지기 전에 새 김치를 담아서 저희 집으로 가져다주시는 것이 즐거움 중에 하나였고요. 그렇게 편하게 지낸 저는 친정어머니 돌아가신 후에는 김치 난민이 된 것입니다.

늘 바쁜 척하는 저는 그냥 대충 홈쇼핑에서 김치를 주문해서 먹습니다. 아이들도 독립해서 나간 후에는 우리 부부만 먹는 김치량은 그렇게 많지도 않고요. 

수원에 살고 있는 막내동생 부부가 김장김치를 가지고 주말에 방문을 했습니다. 동생 부부도 객지에서 맞벌이라 바빠서 부산 올케의 친정에서 함께 김장을 담는 것입니다. 그러면 동생네는 저희 몫으로 김치 한통을 꼭 가져다줍니다.

누나가 동생을 챙겨도 모자랄 판에 동생에게 누나가 김치 걱정을 보태는 셈입니다.

비교적 이른 직장생활 시작한 저에게 8 살 차이인 막내 동생은 마음이 많이 가는 동생이었습니다. 힘든 사회생활이었지만 보너스라도 받을 때면 막내 동생 맛난 것 먹이고, 예쁜 옷 사줄 수 있는 것이 저에게 즐거움이기도 했습니다.

막내 동생은 큰 누나가 돈가스도 제일 처음 사주었고, 본인이 제일 좋아했던 백바지에 스웨터도 큰 누나가 사주었다고 하면서 유년시절 추억거리에는 늘 큰 누나와 함께 였다고 얘기하곤 합니다.

제가 결혼할 즈음에는 남동생은 자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며 자형과 라이벌 의식을 가졌습니다. 누나랑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을 속상해하면서요.  결혼한 후로는 마음 넉넉한 남편이 두둑한 용돈과 함께 막내 처남을 많이 챙겼습니다. 그러니 이내 막내동생은 자형의 팬이 되었고요.

친정부모님이 다 돌아가신 지금은 명절이나 때 되면 막내부부는 부모님 챙기듯 우리 부부를 꼭 챙깁니다. 그 마음 씀씀이가 참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그동안 오래된 차를 몰다가 이번에 새 차를 뽑았다면서 처가의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차 시승식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하면서, 자형과 누나를 꼭 태우고 한 드라이브를 하고 싶답니다.

누나 귀찮게 할까 봐 밥도 밖에서 간단하게 먹자고 하는데, 오랜만에 부산에 온 처남을 그래선 안된다고 남편은 막내가 좋아하는 곰장어를 사러 자갈치 시장까지 가는 수고를 기꺼이 해줍니다.

그동안 객지에서 마음고생도 많이 한 남동생이 이렇게 올케랑 사이좋게 알콩달콩, 아기자기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참 좋습니다. 친정엄마도 걱정 덜고 이젠 하늘에서 흐뭇하게 지켜보실 것입니다. 늘 지금처럼 마음 맞추어 행복한 가정을 잘 꾸려가길 바라며 막내부부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올케 친정동네의 소문난 크로켓과 팥 도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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