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지나온 35년, 앞으로의 35년

아리아리짱 2021. 1. 18. 06:00

 

(통도사 경내의 홍매화: 가장 빨리 봄기운을 알려주는 꽃)

 

 

그이와 함께 한  시간들이 어느덧 35년이다. 1월 19일이면 결혼 35 주년이다. 세월이 정말 빠르다.

촘촘한 일상에 지쳐있는 나와는 달리 그이는 결혼 3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벤트를 궁리한다. 예전에는 내가 미리 외식을 계획하고 이벤트를 원하곤 했는데 이제는 남편이 먼저 나선다.

나이 들어가면서 남편은 더 섬세해지고 나는 더 무뎌지는 것일까? 자연밥상의 한정식으로 외식을 하고 통도사로 한 바퀴 바람 쐬고 오자고 한다. 19일이 평일이니 주말에 미리 기념행사를 하잔다.

지난 주말 그이와 오랜만에 통도사 계곡과 경내를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아이들 어릴 때 더위를 피해 자주 찾곤 했던 곳인데 이제 옛 추억을 떠올리며 우리 부부 둘이서만 통도사 계곡을 거닐고 있다.

남편은 우리가 35년을 함께 해 왔듯이 앞으로도 함께하는 삶이 35년 더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딱 반을 지나왔으니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나머지 반인 35년이 남았다는 것이다. 100세 인생 시대이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하면서. 

전반부 35년의 삶은 자식 키우고 살아내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지낸 세월이니, 후반부는 부부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재미나게 살아가잔다. 

아들, 딸이 그들 각자의 독립된 삶을 잘 살아가도록 지켜보면서, 우리 부부는 서로 이해하며 오손도손 마음 맞춰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삶이 너무 가여워질 것이다. 

젊은 시절을 뒤로한 채 어느덧 초로의 노인이 된 것만도 짠한데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면 안 될 것이다. 서로가 힘낼 수 있도록 응원하며 하루하루를 재미나게 살아가야 한다. 

여전히 꽉 짜인 일상을 가진 나는 은퇴 후의 삶으로 여유로운 남편의 유유자적이 때로는 답답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그럴 땐 나 자신을 일깨운다. 그 이가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하는 시간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몇 년 전 예기치 않은 발병으로 죽음 직전까지 갔던 그이는 다행히 수술 후 후유증 없이 건강한 일상을 되찾았다. 그 절박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고 귀한 시간들이다.

지금 이 순간 함께 할 수 있음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또 되새긴다.

남편의 바람대로 후반부 35년도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며 함께이기를 기도한다.

 

 

(통도사의 범종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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