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대청소

아리아리짱 2020. 11. 13. 06:00

(깊은 가을로 접어든 맥도 생태공원 길)

 

코를 박고 학생들과 수업만 할 때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학원의 모습이 경제 강의를 위해 친한 분들을 초대하고 나서 보니 여기저기 많이 낡고 지저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마음먹고 주말에 대청소를 했습니다. 이적의 '낭만에 대하여'를 틀어 놓고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낑낑대며 청소를 한 것입니다.

영어 교실을 열었을 무렵에는 카세트 플레이어로 듣기 수업을 시작했었고, 다음은 CD플레이어로, 몇 년 전부터는 태블릿 PC로 듣기 수업을 진행합니다. 세월이 어느덧 이렇게 많이 흐른 것입니다.

어학기의 변천에 따라 구닥다리가 되어 구석에 쌓여있는 것들과 먼지들을 털어냈습니다.

16년 전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의 6층 상가건물에, 2층에는 아무도 입주하지 않았을 때 제가 제일 먼저 영어학원을 오픈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수업을 늦게 마치고 귀가할 때는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했었는데 지금은 2층에만도 영어학원이 세 개인지라 하루 종일 시끌벅적합니다. 전 층에  모두 5개의 영어학원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개원한 지 정말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이 흘렀습니다. 하루하루 학생들과 씨름하면서, 때로는 힘겹고 지칠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대체로 즐거운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다지 강단이 세지 못한 성격이라 어른 상대의 일이었으면 이렇게 오래 지속적으로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어떻다고들 해도 아이들은 아이들이며 순수하고 고운 마음이 여전히 많아서 제가 학생들과 이리 오래 함께 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학원 대 청소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듭니다. 착한 학생들은 물론이고, 저에게 많이 혼났던 학생들도 저와 함께 했던 모든 학생들이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잘 해내고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저와 함께 하는 아이들의 소중함을 다시 새기며 그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을 감사히 여기렵니다.

앞으로도 언제까지 학생들과 함께일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마무리하는 그 날까지 아이들 편에서 아이들 마음을 읽어주고 공감할 수 있는 선생님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