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예원이의 '돌발진'

아리아리짱 2021. 1. 6. 06:00

 

(돌발진을 회복 중인 예원이)

 

연말연시는 가족들이 늘 함께 했습니다.  올 해는 코로나로 수도권과 경기도에 5인 이상 모이는 것이 편치 않는 상황이라 고민됐어요. 우리 부부가 함께 동탄 예원이 집에 합류하면 대전의 아들이 포함되지 않아도  5 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궁여지책으로 저 혼자만 예원이네로 향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예원이가 열이 심하게 올라서 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동탄 도착해서 바로 병원으로 갔습니다.

별다른 잔병치레 없이 예원이가 그동안 잘 자라왔기에 딸 부부는 많이 놀라고 긴장했습니다. 열이 내리길 기다리며 예원이는 소변검사, 피검사를 하며 수액도 맞았습니다. 작은 손에 혈관을 찾아 주사 바늘을 찌르니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애들 아픈 것은 지켜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검사 결과 의사가 혹시 염려했던 다른 질병들은 아니고 '돌발진'이라고 했습니다. 돌 몸살, 돌치레라고 알려진 돌 지난 아기들이 많이 겪는 병입니다.  며칠 고열에 시달리며 열이 내릴 즈음 열꽃인 빨간 발진이 피면서 회복이 되는 질병인 것입니다. 아직은 뚜렷한 예방책이 없고, 열이 오르면 해열제를 먹이면서 진정시키며 지켜보는 방법이 다라고 했습니다.

해열제로 열이 잡히지 않으면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사흘 밤낮을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집에서 잘 견디어 냈습니다. 나흘째 아침에는 예원이가 일어나서 방긋 웃었습니다. 예원이가 웃는 것을 보니 이제 거의 회복단계임을 직감했습니다.

예원이는 아픈 동안 잘 웃던 미소도 사라지고 할미를 낯설어했습니다. 눈만 마주치면 방긋방긋 웃던 예원이가 무표정으로 바뀐 것입니다. 아프니까 엄마만 찾고 할미는 기억에서 지워진 듯했어요.

아픈 예원을 지켜보는 딸은 완전 긴장상태로 노심초사했습니다. 새끼가 아프면 어미는 두 배, 세배 아프다는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딸이 예원이가 어느 정도 회복되니 마음을 놓으며, 이렇게 힘들 때  엄마가 함께 있어서 많은 위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새삼 고마워했습니다.

저도 예원이가 태어난 후 가장 힘들 때 제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길게는 5일 정도 고생한다고 하는데 예원이는 조금 빨리 회복되어 정말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예원이 상태도 호전되었고, 새 해 첫날을 아빠 혼자 보내게 해서는 안된다며 딸은 부산으로 가라고 등을 밉니다. 연말 예원이의 '돌발진'을 모녀 삼대가 치러낸다고 끈끈한 연대 의식을 또 한 번 다졌습니다. 물론 사위도 함께 고생을 했고요.

아~! 사위가 만든 고추장 넣지 않은 간장 마른오징어 무침을 맛나게 먹었더니, 부산 내려오는 전날 밤에 한 통 만들어 가져가라고 챙겨줍니다. 이거 뭐 그림이 거꾸로 인 듯 하지만 행복합니다.

예원이가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소망하면서 새해를 맞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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