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추락 3분 전

아리아리짱 2020. 12. 11. 06:00

(김리하/ 북멘토)

 

매달 학생들에게 숨 돌릴 틈을 줄 겸, 책과 조금 친해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싶어 수업 시간을 활용하여 책을 읽히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리하 작가님의 단편소설집 <추락 3분 전>을 선정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을 대하면 참 미안하고 안쓰럽습니다. 학교 수업 빠듯하게 하고 또 학원에 와서 이렇게 영어, 수학, 국어 등을 공부하느라 제대로 숨 돌릴 틈이 없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학교 공부는 성적으로 줄 세우기 식의 시험 성적평가로 늘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줍니다. 학교 공부나 학원 공부는 오로지 대학 수능을 목표로 그야말로 공부 기계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 언저리에서 저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학생들에게 늘 미안합니다. 그런 와중에 조금이라도 아이들 마음을 읽어주려 애써도 그 고달픔을 달래주기에는 역부족인 것입니다.

제대로 편하게 쉬는 시간도 가지기 힘들고, 본인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서 하기도 어려운 우리 아이들 여건을 생각하면 많이 미안합니다. 기껏해야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보면 많이 안타깝고요.

6학년이나 중 1 정도 되면 미래의 꿈에 대해서 한 번씩 생각해보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 대부분은 꿈이 없다고 합니다. 그저 하루하루가 바쁜 일정으로 지쳐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가끔씩 어떤 아이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선생님은 왜 사냐고 되물어 봅니다. 그러면 저는 '우리가 귀한 생명인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반드시 무슨 뜻이 있을 것이다. 선생님은 그 뜻을 알기 위해 날마다 기쁘게 살려고 노력한다. 내가 즐거우면서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삶이 좀 더 보람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왜 사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도로 얘기를 합니다.

예전에 비해서 아이들 마음이 여유가 없고 너무나 각박해짐을 많이 느낍니다. 이런 아이들이 친구 문제나 감당하기 힘든 문제들이 생겼을 때 그것을 함께 얘기 나누며 해결할 수 있는 장치들도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일 것입니다. 

리하 작가님이 쓴 <추락 3분 전>은 우리나라 위기의 소년. 소녀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응원의 목소리인 것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청소년의 입장에서 그들의 고달픔과 힘듦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마음을 읽어줍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만 한 곳이다'라는 희망을 줍니다.

우연히 한 청소년의 추락사를 겪으면서 작가님은 꼭 어떤 식으로든 그 청소년을 향한 위로를 남기고 싶었다고 하면서 다섯 편의 단편 '추락 3분 전, 쇼퍼홀릭, 그녀에게 이중생활을 권함, 설단 현상, 상상 철물'을 쓰신 것입니다.

'그녀의 죽음은 내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행복한 순간에도 목숨을 내던져야 할 정도로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과 내 행복을 위해서 남의 불행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또 힘들고 불편하고 괴로울지라도 정의가 무엇인지 안다면 그 길을 외로이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글을 쓰는 한 어떤 식으로든 그녀를 위한 이야기 한 편을 써서 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추락하는 당신의 몸을 딸아이 업어 주듯 내 등으로 온전히 받아 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수백 번쯤 생각했다고...... 그녀에게 늘 빚진 기분이었다. 이 책은 그녀를 포함한, 이 순간 힘들고 슬프고 외로운 모든 사람들에게 드리는 내 나름의 위로이다. 나의 진심이 전해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 234 쪽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