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걷기)감사

해안산책길에서 만난 들꽃들

아리아리짱 2020. 9. 17. 06:00

(들메꽃)

오랜만에 집 옆에서 다대포로 이어지는 해안 산책길인 갈맷길을 걸었습니다.  해안 산책길은 나무 그늘이 없어서 여름에는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 걷기에 좋은 길입니다. 아침저녁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즈음은 걷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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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굿둑 갈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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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낙동강 끝자락과 바다가 이어지는 곳입니다. 툭트인 바다를 향하는 강물을 보며 어수선했던 마음을 차분히 정리해 봅니다. 유유히 흐르는 넓은 강물을 보면 세상의 자잘한 일들에 그리 마음 끓이며 사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지 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바다처럼 넓어지는 마음으로 걱정과 불안은 다 내던지고 세상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은 여유가 생깁니다. 해안 산책길 따라 피어있는 온갖 들꽃들이 오랜만의 산책길을 반겨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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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큰 태풍에도 잘 견뎌 내고, 바위 틈새의 척박한 흙에서도 뿌리를 내려 그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강아지풀과 들메꽃을 포함하여 이름 모를 들꽃들이 제 각각의 색깔을 아름답게 빛납니다. 비록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지만, 부러지지 않고 뽑히지 않은 채 각자 제자리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느 스님의 선시를 떠올리며 이 아침 들 꽃의 숭고한 생명력을 되새깁니다.

'삶은 구름 한 점 일어남이요

죽음은 구름 한 점 흩어 짐이 나니

우리 있거나 없거나 웃으며 사세

웃지 않는 사람은 바보이로세'

 

이렇게 건강한 두 다리로 걸으며, 아름다운 들 꽃을 바라보고 바다의 물향기를 느낄 수 있는 이 순간이 천국인 것입니다.

(해안 산책길 끝자락에서 바라본 몰운대와 다대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