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걷기)감사

예원이와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들

아리아리짱 2020. 8. 31. 06:00

서울 경기지역의  코로나 재확산으로 당분간 딸과 손녀가 부산에 더 머무르기로 했습니다.

손녀 예원과 함께 하는 시간은 꿈결 같아서 도끼자루 썩는 것 모르듯 하루하루가 지나갑니다. 해맑은 예원의 미소를 만끽하면서 세상의 시름을 달래는 시간이 됩니다. 

딸이 하루 종일 손녀 예원이를 먹이고 재우고 함께 노는 시간들을 옆에서 지켜볼 뿐인데도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딸에게 예원이가 자는 동안에 자신을 위한 것들을 완전히 놓지 말고 책도 읽고 공부도 좀 하라고 채근했었는데, 딸의 일과를 지켜보니 하루 종일 육아에 매달려 종종거리며 자신만의 오롯한 시간을 내기란 거의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미로 그저 깨어있는 시간 이뻐만 해주고 한 손 조금 덜어주는데도 저의 일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의 일정에서 겨우 계단 오르기만 규칙적으로 할 수 있고 그 외의 것은 다 뒷전이 되어버리며 나의 평범한 일상들이 멈추어버린 느낌입니다. 

나의 일상을 유지한 채 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손녀가 부산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블로그 글쓰기도 여유가 될 때만 올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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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벚꽃 30리 길을 갈 때마다 유모차에 예원을 태우고 함께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드디어 해 질 녘마다  인적이 뜸한 시간에 모녀 3대가 함께 낙동강 둑길을 걸었습니다. 꿈인가 싶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들입니다.

낮에는 여전히 여름 끝의 더위로 덥지만 코로나로 마음이 바쁜 와중에 어느덧 처서가 지나고 낙엽이 하나둘 떨어진 것이 보입니다.

찬란했던 벚꽃들의 향연이 펼쳐진 지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여름을 겪고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입니다. 이렇게 자연은 어김없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딸과 손녀와 함께 걷는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둑길을 따라 공항 가는 길을 쭉 따라가면 맥도 생태공원의 연꽃 군락지가 있습니다. 예원이와 함께 데크를 따라 걸으며 연잎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커다란 연잎들이 손을 흔들며 반겨주는 듯 춤을 춥니다. 탁하고 지저분한 물에 뿌리내려 저렇게 싱싱하게 푸른 잎으로 빛나는 연잎들이 경이로웠습니다. 

우리 예원이도 이 시름 많은 세상에서 꿋꿋이 뿌리내리고 잘 자라기를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빛나고 주변을 더욱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