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허구의 삶

아리아리짱 2020. 8. 13. 06:00

(이금이/ 문학동네)

지난번 <알로하, 나의 엄마들> 창비 청소년 소설을 읽은 후 이금이 작가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이금이 작가님이 쓴 <허구의 삶> 제목을 읽었을 때 허구적인 삶에 대한 글인가 생각했어요.

허 구는 지상만과 제일 친한 친구의 이름인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유복한 가정의 외동아들인 허 구는 다 주어진 현실 세상에서 집착할 것 하나 없는 여행자처럼 삶을 살아갑니다. 

반면에 지상만은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 어머니마저 잃고 외삼촌네에 얹혀사는 신세입니다. 그런 지상만의 입장에서는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존재가 허 구인 것입니다. 외삼촌네 쌀집 배달을 하며 힘겹게 살던 상만은 허 구란 친구를 만나면서 삶에 온기를 더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둘은 제일 친한 친구가 되어 고교시절을 함께 보냅니다.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던 지상만은 허 구의 부모님을 통해 부모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아들처럼 대접받으며 좋은 시간들을 보냅니다.

그러다 어느 날 상만은 자신의 우울한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줄 은주를 만납니다.  팍팍한 삶에서 설레며 좋아했던 은주가 사실은 허 구를 만나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을 이용했던 것을 안 후 허 구와도 거리를 두게 됩니다. 은주와의 실연으로 내일에 대해 희망을 꿈꿀 수 있던 힘마저 잃게 된 것입니다.

지방 국립대학교 법대를 수석으로 들어갔던 상만은 사시에 도전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서울에서 자리 잡고 직장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40대 후반의 가장이 된 상만은 어느 날 고등학생인 아들 영우가 여자 친구와 함께 집 앞에 있는 것을 보고는 화를 내며 다그치게 됩니다.

자신이 영우의 나이 때 느꼈던 사랑의 감정은 잊은 채 열심히 공부해야 할 나이에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은 시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런 아빠를 이해하지 못한 아들 영우와 갈등이 고조될 때 상만은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친구 허 구에게서 온 것입니다. 서울에서 우연한 조우 후 띄엄띄엄 연락이 있던 허 구는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친구 상만에게 연락을 한 것입니다. 그렇게 친구의 임종을 함께한 상만은 허 구가 어찌해서 평생을 여행자처럼 떠돌며 살 수밖에 없었는지 그 비밀을 알게 됩니다. 허 구의 삶에 대한 무게감을 알게 된 상만은 가엾은 친구의 떠남에 애도하면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허 구가 했던 다음의 말을 되새기면서요!

"사람들은 자신이

하나의 인생만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하나의 인생만 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이야." 

허 구가 자신의 글을 통해 평행 우주 여행자인 K 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삶을 사는 여행자인 것을 표현합니다. 시 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자 K는 허 구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입니다. 

몸 만 성장한 어른이고 내면의 아이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일 때 가 많습니다.  '나는 어떤 어른인가'에 대한 질문을 안고 이금이 작가는 이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저 또한 '나는 어떤 어른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며 그 답을 구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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