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법정스님 눈길

아리아리짱 2020. 8. 7. 06:00

(변택주/ 큰나무)

학창 시절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서있는 사람들>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스님의 글들은 안갯속을 헤매는 저에게 밝은 등불이 되어 주었습니다. 

스님의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며  날 푸른 학창 시절에는 구도자의 삶을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스님의 글들을 삶에 비추어 마음을 가다듬고 조금 더 선하고 지혜롭게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곤 했습니다.

스님이 열반하신지10년이 지났지만 스님의 글들을 제자인 변택주 저자를 통하여 이렇게나마 접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자의 눈길을 통한 해석으로 스님의 말씀들을 다시 접하니 새록새록 그 깊은 의미들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스님이 자주 읊조리던 말씀을 다음과 같이 전해 줍니다.

동무 사이 만남에는 메아리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자주 만나면 서로 그 무게를 쌓을 시간 여유가 없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마음 그림자를 함께 드리울 수 있는 사이가 좋은 동무일 것이다. 만남에는 그리움이 따라야 한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이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

진정한 만남은 서로 눈뜸이다. 영혼에 울림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 때 마주침이다. 영혼을 울리는 만남을 가지려면 저를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 좋은 동무를 만나려면 먼저 내가 좋은 동무감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동무란 내 부름에 응답이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시구가 있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사람한테서 하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만이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22~23쪽)

스님과의 일화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로와 힘을 얻습니다. 

사람 사이는 기본적으로 '신의와 예절'을 지켜야 그 관계가 아름답게 오래 지속됨을 늘 말씀하신 스님입니다.

스님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사람다운 일이란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스님이 말씀하신 무소유는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 가난하게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가진 것을 이웃을 이롭게 하는 일에 쓰는 것을 일컫는 말씀이었던 것입니다.

이웃을 이롭게 하는 데에 이르려면 곧 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앞서야 한다. 내게 힘이 고이지 않으면 남을 너, 이웃으로 돌려세워 보듬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나를 굳게 세우는 것이 너를 보듬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일이다. (...) 

나를 나답게 바로 세우고 나면 '네가 바로 나'라는 것을 알 수밖에 없다고. 그러기에 이타, 너를 아우르는 것이 곧 나를 아우르는 길이다. (103~104쪽)

그러니 남을 이롭게 하고 남을 구제하는 것이 곧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 늘 말씀하셨는데, 각박하고 삭막한 세상살이 속에서 이 귀한 말씀을 자주 놓치고 맙니다.

오랜만에 스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켜켜이 쌓였던 찌꺼기와 먼지들 털어내며 다시 마음 가다듬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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