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아리아리짱 2020. 7. 3. 06:00

(김누리/ 해냄)

김누리 교수님이 '독일이라는 거울'에 비춰서 새로운  관점으로 우리나라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십니다. 우리나라는 우리 스스로는 제대로 인지 하지 못한 채 대단한 나라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30-50 클럽' 국가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이상, 인구가 5천만 명 이상인 나라를 말합니다. 그런 나라가 지구 상에 7개국에 불과합니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입니다. 의외로 캐나다는 인구가 안 되고, 중국은 소득이 못 미치는 것입니다. 30-50 클럽이 소위 '강대국'이라 불릴 만 한데 우리나라가 여기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스웨덴의 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이 7 개국 중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1 등이라는 것입니다. 영국, 이탈리아, 독일이 우리 뒤를 이었고, 그다음 단계가 프랑스, 미국이 뒤따르고, 일곱 나라 중 일본이 꼴찌하고 합니다. 미국은 '대단한(?) 트럼프로 일본은 아베의 군국주의 표방의 장기집권으로 일찌감치 순위에서 밀려난 것입니다. 

우리나라 순위가 아래에서 이렇게 치솟은 결정적인 이유는 2016년의 촛불 집회였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민주주의 정석을 실천한 결과인 것입니다. 독일의 권위 있는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dpsms  '이제 미국과 유럽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라는 취지의 칼럼이 실릴 정도였습니다.

케이팝(K-pop)이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것처럼, 이제 한국 민주주의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케이 데모크라시(K-Democracy)라는 놀라고 멋진 말이 있는 것입니다. 자긍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10 민주 항쟁이 이렇게 촛불 혁명까지 이어진 것은 민주주의 실천의지가 컸음과 동시에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가 그만큼 취약했던 결과인 것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안정적 지속성 없이 위태롭게 흔들려온 것을 교수님 글을 통하여 원인을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광장 민주주의'에는 성공했으나 '일상의 민주주의'는 아직 갈길이 너무나 먼 것입니다. 사회 민주주의, 경제 민주주의, 문화 민주주의의 실현은 여전히 너무 먼길인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광장 민주주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상 민주주의에서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것은 뿌리 깊은 유교사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와 군사독재 시대가 남긴 집단주의, 군사주의, 병영문화 등도 깊은 관련이 있겠지요. 바로 이런 것들이 뒤얽혀서 일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32쪽)

우리는 광장에서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자들의 연합체이다. 그렇기에 민주주의는 단지 정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의 문제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약자와 공감하고 연대하며, 불의에 분노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태도 - 이러한 심성을 내면화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지 못하는 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독재의 야만으로 추락할 수 있다. 이것이 광장의 촛불이 내 마음속에서, 우리의 삶 속에서 다시 타올라야 하는 이유다. (35쪽)

 

독일은 죽도록 매달리는 대학 입학시험도, 대학 학비도, 대학 서열도 없다고 합니다. 독일 교육의 목표는 존엄한 인간, 성숙한 민주주의자로 키우는 것에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 교육은 저항하는 능력, 분노하는 능력, 교감하는 능력을 키워 타자와 약자의 고통에 교감하는 능력 키우기에 우선시합니다. 상대적 열등감을 느낄 수 없는 교육 시스템으로 누구나의 다른 저마다의 능력을 소중하게 인정하고 대우하는 것입니다. 경쟁교육이 아닌 연대 교육,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인 것입니다.

끝없는 경쟁을 불러일으키며 성적으로 한 줄 세우기인 교육 시스템으로 한국의 학생들은 행복감이 바닥입니다. 교수님이 보고 경험한 독일 교육은 모든 아이들의 개성 끌어내기에 중심을 맞추며,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는   것이며, 각자가 잘하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응원하는 것입니다.  성적 경쟁은 야만으로 까지 여기며, 대학입시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학문에 매진할 사람은 몰두하여 노벨상을 어느 나라보다 많이 받기도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한국은 원 샷 (one- shot) 기회로 대학 입시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을 결정 짓 듯한다면, 독일은 텐 샷(ten-shot)의 기회로 다방면으로 여러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인 것입니다.

우리도 획기적인 교육시스템의 변화를 이루어 학생들, 아이들이 행복함을 느끼고, 행복을 꿈꿀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대학 서열 자체를 없애고, 국립대학 비중을 높이고, 국가가 학비를 부담하는 비율을 높여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지옥이 된 것은 야수 자본주의, 즉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자들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독일 등 유럽에서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자들이 의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고요. 결국 정치 지형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정권 교체가 된다고 해도, 한국은 결코 지옥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171쪽)

교수님은 한국의 정치세력은 보수와 진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수구'와 '보수' 만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기만적인 기득권 싸움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정작 중요한 정책싸움은 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 챙기기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벌 개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자들을 '기업살인'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세계 최고의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어떻게 정의로운 과세를 실현할 것인가, 어떻게 아이들을 이 살인적인 경쟁에서 해방시킬 것인가, 어떻게 이 학벌 계급사회를 혁파할 것인가? 모든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이런 중요한 문제들을 두고 이들은 싸우지 않습니다. 두 정파 모두 현행 질서의 기득권이기에  현재의 상황에 두 정파 모두 만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180~181쪽)

교수님은 정치는 물론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진단과 방향 제시를 해 주십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들의 원인을 조목조목 짚어주십니다.

민주주의자는 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강한 자아'를 가진 자입니다. (256쪽)

교수님은 60년대생이며 80년대 대학을 다닌 86 세대가 시대적 소명을 저버리지 말 것을 거듭 당부하십니다. 재벌개혁, 정치개혁, 교육개혁, 검찰개혁, 사법개혁을 결연히 감행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후세대에게 헬조선인 '지옥'을 넘겨주지 않는 것이 어른인 우리의 소임이라는 것입니다.

교수님의 글을 통해 무지하고 답답했던 부분을 많이 깨쳤습니다. 거듭 읽어보면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야 하는 기준과 자세를 점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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