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기쁨 채집

아리아리짱 2020. 6. 19. 06:05

 

 

유인경 기자는 진솔한 입담과 웃음으로 MBN의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익숙한 작가입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큰 언니가 말해 주듯 생활에서의 잔잔한 위로와 조언을 줍니다. 표지 그림만큼이나 책 내용이 한 아름의 꽃다발 선물인 것입니다. 

이른 아침 <기쁨 채집>과 함께 한 시간들에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이런 글을 담은 책을 선물한 친구 샘에게 감사하고, 좋은 글을 써 준 유인경 작가에게도 감사합니다. 책 읽는 내내 가슴 밑바닥부터 차오르는 따뜻함으로 행복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내 인생을 다시 눈부시게 해주는 아주 소소하고 확실한 기쁨의 순간들'을  그 순간들을 즐기리라는 다짐을 합니다.

유인경 작가는 30년의 직장생활에서 여자 기자로서는 드물게 정년퇴직까지 견디며 버텨낸 기자입니다. 그 비결을 묻는 이에게 작가는 말합니다.

자신의 둔감력도 한 부분 차지했다고. 자신을 뒤에서 비난하거나 여기자라고 무시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둔감력 덕분에, 남들이 공격하는지도 모르고, 혹은 알아도 자신은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려니 하면서 자신의 일에만 집중했다고 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리 방어력의 둔감함이 자신을 버티게 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둔감력은 타고난 성향이긴 하지만 노력으로 키워질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맨발에 상처 받지 말라고 양말이나 신발을 신는 것처럼 마음에 신발을 신기는 노력도 필요하다. (23쪽)

매사에 덜렁대며 한곳에  집중하면 다른 것에는 '무심병'이 도져 집에 있는 우산이나 소품들을 몸에 붙여두지 않으면 잘 잃어버리는 나와 유인경 작가와의 공통점이 묘한 위로를 줍니다. 철 지난 옷의 주머니에서  우연히 지폐를 발견하면 횡재 만난듯한 느낌도 나만의 느낌이 아니어서 위안을 받습니다. 허술함이 때로는 예기치 않는 기쁨을 줄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백배를 보냅니다.

항상 매사에 철저하고 빈틈없이 물건을 잘 챙기는 이들은 나처럼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에 발견하는 돈이나 추억 어린 물건을 보고 잠시나마 느끼는 기쁨을 찾기는 힘들 게다. 나의 단점이 주는 기쁨이라 그 순간에 나는 나의 멍청함을 탓하기보다 기쁨을 흠뻑 만끽한다. ( 29쪽)

어느 날 작가는 지방 강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작가의 남편이 친구를 초대해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직접 요리해서 대접하고 있었습니다. 요리의 흔적으로 주방은 난장판이었고요. 정작 아내인 자신에게는 라면도 제대로 한 번 끓여주지 않았으면서 친구들에게는 한우로 스테이크와 버섯, 마늘까지 구워서 대접한 것입니다. 화가 난 작가가 친구가 가고 난 뒤 " 당신은 대체 나에게 해 준 것은 뭐 있어?"라고 따졌더니, 그녀의 남편은 순순히 이렇게 답합니다. " 장미를 심어 줬잖아"

작가의 남편은 사업실패로 작가를 많이 힘들게 했지만 빌라 1 층 마당에 장미를 심어서 철마다 장미꽃을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입니다.

내게 수많은 눈물, 한숨, 절망, 분노, 억장 무너지는 감정을 선물한 남편의 적폐가 장미를 심은 것으로 완전히 상쇄될 수는 없지만 덕분에 내가 기쁨을 누리는 순간이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남편은 내게 '장미를 심어준 사람'이다. (...)

어떻게 사람들이 내게 사랑과 은혜만 베풀 수 있겠는가. 내게 실수도 하고 실례도 하고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남편이 마당에 심어준 장미처럼 그가 내게 전해준 따스한 마음, 든든한 응원, 함께한 차나 밥 한 그릇을 기억하고 함께 나눈 기쁜 순간을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마땅히 감사해야 한다. (...)
장미를 심어준 기쁨을 선사한 이들을 인정하고 감사하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결국 나를 기쁘게 해주는 일이다.(35~37쪽)

 

보석처럼 반짝이는 글들을  담아놓은 '기쁨 채집'을 읽으며  내 일상을 세밀하게 들여다봅니다.  소소한 기쁨의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입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새로울 것 없는 생을 반 이상 걸어온 날들이지만 그 속에서 깨알같이 빛나고 있는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들을 찾아 기쁨을 채워나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