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빅 피쉬

아리아리짱 2020. 5. 13. 06:07

(짙은 초록색 커다란 물고기가 검은색으로 사진이 나왔음)

<빅 피시> (대니얼 월리스/장영희/동아시아)는 <엄마>에  이은 독서모임의 아버지에 대한 나누기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장영희 교수님이 번역하셨던 책이라 호감이 갔습니다. 노란 책 표지에 커다란 초록 물고기도 인상적이었고요.

임종을 마주한 아버지가 아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는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소설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위대한 사람이고 싶었기에  평생 사업을 꾸리느라 집에는 아주 가끔 들러는 손님에 가까웠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며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입니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아들은 이제껏 진지한 대화를 함께 한 적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진지하게 아버지 있어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려 하지만 아버지는 애써 농담으로 매 순간 웃긴 이야기들로 이어갑니다.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은 신화 속의 영웅처럼 신과 같은 힘을 가진 불멸의 존재로 아들 윌리암에게 인식되기를 평생 원했던 것입니다. 아들에게 영웅이고 싶은 아버지는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들로 아들에게 '위대하게' 보이려 했던 것이었고요.

성장한 아들은 그 이야기들을 통해 아들은 아버지의 위대함과 실패를 이해하고, 그 아버지가 한때는 소년이었고 청년이었고, '아버지'라는 이름에 가려진 인간임을 새롭게 발견해나가는 것입니다.

죽어가는 아버지는 아들로부터 좋은 아버지, 위대한 아버지였음을 인정받는 것은 전설 속의 영웅이 되고, '큰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되는 것인 반면, 아들은 '위대함'의 조건을 삶을 함께 나누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진정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너는 아니?"
에드워드가 묻는다.
"한 남자가 자기 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위대하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아버지는 그 위대함을 더 넓은 세상에서 추구했지만, 놀랍게도 그것은 내내 바로 여기, 
집에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38쪽)

 

책 말미에 장영희 교수님은 옮긴이의 말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작자 미상의 '아버지는 누구인가'의 글을  인용하십니다.

아버지는 기분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혼자 마음껏 울 장소가 없어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는 매일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가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못 하고 있나 보다'라고 매일 자책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격언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어서 잘 깨지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식들이 늦게 들어올 때에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는 '아들 딸이 나를 닮아 줬으면'하고 바라면서도, '아니, 나를 닮지 않았으면'하고 이중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족에게 어른인 체를 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이 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위해 온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부자 아빠'가 못 되어서 큰소리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마음은 봄, 가을을 오가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가을, 겨울을 오간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안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 큰소리로 기도하는 사람이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 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큰 이름이다.                          (254쪽)

 

이 세상에 고달프지 않은 직업은 없지만, 이 꼴 저 꼴 더러워도 꾹 참고 삼키고 짐짓 의연한 척 웃음으로 넘기는 아버지. 끝없이 외롭고 울고 싶고, 포기해버린 꿈의 '찌꺼기' 때문에 괴롭지만 아들에게는 허풍 떨고, 신화 속의 영웅 '위대한' 아버지로 기억되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낯설지 않다.            (263쪽)
 

 

책을 읽고 나니 아들 딸의 아버지인 남편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표현이 많지 않은 남편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평생 동안 충실히 해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은퇴 후 힘이 빠진 남편을 가끔 짜증으로 대한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남편은 아들 딸의 위대한 아버지인데 제가 종종 까먹습니다.  자식들의 위대한 아버지이자 여생을 함께할 저의 동지인 남편과 사이좋게 지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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