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사

다시 만난 빨간 머리 앤 (Anne with an "E")

아리아리짱 2020. 4. 7. 06:07

 

 

어렸을 적 보았던 만화영화 중 플란다스의 개, 캔디, 빨간 머리 앤은 많은 기억들로 여전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라는 노래와 함께 <빨간 머리 앤>은 지금도 바로 기억이 떠오르는 애정이 가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끝없는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고 견뎌내어, 긍정의 기운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는 앤의 자세, 그 성장하는 모습이 어린 시절 저에게는 정말 좋았습니다.

이 작품은 다들 아시지만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1908년에 쓴 소설이 원작입니다. 빨간 머리 앤이 너무 좋아 저의 영어 별명을 작가 이름을 따서 루시라고 지었을 정도입니다. 루시의 고향이기도 한 빨간 머리 앤의 작품 배경지인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시골인 에이번리도 꼭 한 번 여행하고 싶은 희망을 가지고 있고요.

딸 집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 딸이 엄마가 좋아하는 <빨간 머리 앤>을 넷플릭스에서 시즌 1, 2, 3로 볼 수 있다고 했어요. 원제가 < Anne of Green Gables> 였는데 < Anne with an "E">의 시리즈로 새로 나온 것입니다. 이 버전은 캐나다 방송협회와 넷플릭스가 협업으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앤은 흔한  Ann 이 아닌 Anne로 e를 가진 자신의 이름을 강조해서 소개 합니다.  그 이름 철자 'e'에서 알 수 있듯이 인종문제, 여성인권, 동성애를 함께 이야기하며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뚜렷합니다. 그런데 시즌별로 회당 45분짜리 7~10개씩이라는 것입니다. 뜨아~!

딸은 될 수 있으면 TV 화면을 손녀에게 노출 시키지 않는 육아정책을 쓰고 있어요. 거실에 TV가 있어도 거의 켜지 않는 것입니다.

손녀가 잘 때만 보면 되지 않을 까라는 생각으로 <빨간머리 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는 책이나 영화에 몰입하면 세상사를 잊어버리는 저의 집중력(?)으로 바로 정주행 모드로 진입했어요. 시골 풍경과 자연경관들 하나하나가 그림같이 아름다웠어요. 앤의 성장과정을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재미도 컸고요. 주고받는 대화들이 영어 듣기 공부에 도움된다는 핑계를 대면서 시리즈를 연이어 시청했습니다. 이렇게 재미난 흥분은 오랜만인 것이었어요. 이러다가 밤을 꼴딱 새울 것 같았어요. 밤을 새우면 다음 날 손녀와 함께 노는 것에 지장을 줄 것 같았어요. 출산한 딸 도와주러 온 친정엄마의 자세가 너무 불량한 것입니다. 다음 회 차의 내용이 너무나 궁금했지만 한 밤중 2시를 한참 지나 정주행을 멈추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일어나니 다 알고 있는 스토리들인데도 그다음 장면들이 너무 궁금한 것입니다. 손녀가 잠들기만 기다리다가 또 연이어 보고 있으니, 딸이 하는 말이 드디어 예원이가 빨간 머리 앤에게 밀렸다고 하네요.

그렇게 정주행을 하다가 금요일 부산을 향하려 할 때 시즌 3 앞부분 까지 시청을 마쳤습니다. 나머지는 딸이 다음 기회에 동탄 왔을 때 마저 보라고 하네요. 도저히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방법이 없겠냐고 하니 엄마 집은 스마트 TV가 아니라서 넷플릭스로 바로 볼 수 없으니 휴대폰으로 보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넷플릭스의 필요성이 별로 없어서 망설였어요. 딸은 한 달 동안 무료 사용할 수 있으니 도서관 대출도 막혀있어서 여유시간이 있을테니 사용해보라고 합니다. 시험 삼아 앱을 깔아 <빨간 머리 앤>을 마저 보고 사용 여부를 결정하면 되니까요. 넷플릭스 앱을 깔아 부산으로 와서 연이어보면서 시즌1,2,3을 다 보았습니다. <빨간 머리 앤>을 약 20시간의 정주행으로 끝낸 것입니다. 손녀를 밀쳐놓고 영화보기에 빠진 철없는 할머니였던 것입니다. 의지의 한국인이 된 듯합니다.

코로나 19가 세상을 어지럽힐 때 <빨간 머리 앤> 정주행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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