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사

노곤 할 땐 영미드라마를

아리아리짱 2020. 3. 11. 06:06

주말 동탄 딸 집에서 부산으로 장거리 교대운전으로 집에 도착하니 온 몸이 노곤했습니다. 책 읽기에는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몽롱한 상태였어요. 이럴 땐 올레 TV에서 하는 영미 드라마를 정 주행 하기 딱 인 것입니다.

영어 듣기에도 도움이 될 만한 무료 드라마를 찾아보았습니다. 45분짜리 6회 분의 <Brief Encounters, 짧은 만남들>을 선택했어요. 예전에는 주말 미드 정주행 하기를 자주 했는데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한 후에는 그럴 여유가 잘 생기지 않습니다.

1980년대의 영국은 성에 대하여 드러내 놓고 얘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더욱 보수적이었고요.

 

주인공 스테파니는 육아와 집안일은 물론 가사도우미로 부수입을 올리는 부지런한 주부입니다. 빠듯한 살림에 좀 더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싶어 하는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직장에서 갑작스런 해고를 당하게 됩니다. 스테파니는 지역신문 광고란에서 무자본으로 할 수 있는 속옷 란제리 홈파티 방문 판매직을 알게 됩니다.

문제는 속옷 판매도 민망한데 성인용품도 함께 판매할 것을 업체에서는 요구합니다. 그것이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인 거죠.

당시는 여성이 속옷을 공개적으로 얘기하며 판매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관련된 성인 용품을 판다는 것은 아주 천박한 일로 여겨졌어요. 심지어 매춘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어요. 남편은 어떡해서든지 돈을 벌어 오겠다며 스테파니의 파티 플랜을 반대했지만 쉽사리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소심하고 평범한 스테파니는 용기를 내어 파티플랜 세일즈를 시작합니다. 그녀가 좌절하고 힘들 때마다 함께하는 이웃 친구들이 있어 그녀는 판매직에 적응해 나갑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판매실적도 올리고 자리를 잡아갈 때 그녀의 남편이 외도를 합니다.

그녀의 친정엄마 역시 그녀의 일을 하찮게 여기며, 남자의 외도는 흔히 있을 수 있는 것이니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여자가 인내하고 참아야 한다고 그녀를 나무랍니다.

아들에게는 남편이 누구보다 필요한 아빠지만 자신은 반복되는 남편의 실수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자신의 일을 통해 경제적 자립뿐 아니라 독립적 인간으로서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스테파니와 그의 이웃 친구들이 펼치는 에피소드가 잔잔한 재미를 더 해 줍니다. 아이들과 주고받는 대화들이 많아, 문장도 간결하고, 발음도 또렷합니다. 영어 듣기용으로 감상하기 좋은 영국 드라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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