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문호인 톨스토이는 젊어서는 방탕한 생활을 한 적도 있었지만 중년 이후에는 엄격한 청교도적 자세로 산 작가로 유명합니다. 그에게 문학은 사랑과 믿음으로 가득 찬 세상을 꿈꾸는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통로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생각들이 오가는 요즘 심란함을 달래기 위해 톨스토이의 단편 중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꺼내어 다시 읽어봅니다.
한 가난한 구두 수선공인 세몬은 마을에 수금하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회 근처에서 헐벗은 낯선 청년이 추위에 시달리며 웅크리고 있는 것을 봅니다. 자신도 제대로 된 외투가 없어 아내 옷을 빌려 입을 정도로 가난한 수선공은 모른 채 하고 지나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밀려오는 양심의 가책으로 그의 겉옷을 벗어주며 함께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말을 건넵니다.
세몬의 아내는 하루 끼니를 때우기도 힘든 살림에, 수금은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걸인과 다름없는 군식구를 데리고 오는 남편이 한심합니다.
차오르는 화를 간신히 누그러뜨리며 어쩔 수 없이 그 젊은이와 함께 하는 삶이 시작됩니다.
젊은이는 눈썰미가 있어 구두 고치기는 물론 새 신 만들기도 잘하여 솜씨 좋기로 마을에 소문이 나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한 신사가 비싼 구두를 맞추러 옵니다. 그런데 그 신사가 돌아간 후 젊은이는 구두가 아닌 슬리퍼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신사는 곧 죽을 운명인 것을 이 젊은이는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살아서는 신을 수 없으니 장례식 때 신길 수 있는 슬리퍼를 만든 것이었어요.
그 젊은이 미하일은 하느님의 명을 어겨 지상으로 쫓겨난 천사인지라 사람의 운명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느님에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진리를 깨닫고 오라는 명을 받은 것이었어요. 첫째, 인간의 내면에는 무엇이 있는지? 둘째, 인간에게 무엇이 허락되지 않았는가? 셋째,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마침내 미하일을 세 가지 답을 깨닫고 천사로 변화하여 하늘나라로 올라간다는 동화적 단편소설입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것은 ‘사랑’입니다.
인간에게 무엇이 허락되지 않았는가? 자신의 ‘죽음’을 아는 것입니다. 영원히 살 것같이 탐욕을 부리기 쉬운 삶이 되는 이유입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모든 인간은 이기심이 아닌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만 신경 쓰고 걱정하는 이기심으로 가득 찬 삶은 산 것이 아니라 죽은 것이며, 결국 파멸과 죽음을 부른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애정과 관심으로 평화롭고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톨스토이즘’(인간의 유일한 이성적 활동은 사랑이라는 생각)을 잘 알 수 있는 단편이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전 지구적으로 힘든 요즘, 잠시 멈추어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고 싶습니다.
이왕 견뎌야 하는 시간들이라면 조금 더 즐거운 생각과 마음으로 버티려 애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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