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생각을 빼앗긴 세계

아리아리짱 2020. 3. 26. 06:05

<생각을 빼앗긴 세계> (프랭클린 포어/ 이승연, 박상현 옮김/ 반비)

편집자와 기고가로서 언론의 한 부분을 역임하고 있는 저자의 냉철한 눈으로 본 현재 세상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와 미래를 정확히 생각할 수 있게 이끄는 책입니다.

유럽인이 일컫는 테크 대기업인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는 이미 우리의 기본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거대 테크 기업인 독점기업들은 인류를 자신들이 바라는 그림대로 바꾸려는 의지가 과거의 어떤 집단보다도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들 테크 기업들은 인간의 진화 방향을 바꿔서 인간과 기계가 통합을 완수할 기회를 잡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테크 기업들은 개인주의의 핵심인 자유의지 (개인성, individualism)를 그들의 큰 그림으로 좌우할 수 있다고 여긴다는 것입니다. 각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내리는 크고 작은 선택들을 자동화하려는 것입니다. 어떤 뉴스를 읽을지, 어떤 물건을 살지, 어떤 길로 이동할지, 어떤 친구를 사귈지 등을 이 테크 기업들이 만든 알고리듬(알고리즘, algorithm;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하여 원하는 출력을 유도하여 내는 규칙의 집합) 이 끝없이 제안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알고리듬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생각을 부채질하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행동을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게 한다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기업들이 설계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그저 나사 못 같은 부품에 불과해진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의 발달은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합니다. 데이터의 흔적을 이용하는 플랫폼의 독점기업인 이들이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파괴하고 관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신처럼 시장을 내려다 본다’ 는 것입니다. 이 엄습해오는 테크 기업의 영향력을 사람들은 편리함을 핑계로 쉽게 ‘체념’으로 순응한다는 것이고요. 이러한 체념은 우리가 가진 자유의지를 포기하고, 알고리듬에게 우리 대신 선택해달라고 하며 자율적 사고 또한 마비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마존에서 쇼핑을 하고 페이스북에서 친목을 다지며 애플을 통해 여가를 즐기고 구글에서 정보를 얻는다. 효율성을 판매하는 이 기업들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광고하지만, 실상 이들은 사람들을 편의성에 중독시키고, 불안정하고 편협하고 오류투성이인 문화에 익숙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우리를 개인의 사유, 자율적인 사고, 고독한 성찰의 시간이 사라진 세계로 이끈다. 내적인 삶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거대한 기업들의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 기업들의 성공을 뒷받침한 관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포어는 테카르트에서부터 시작해 앨런 튜링을 거쳐 오늘날 실리콘 밸리 문화의 기원이 된 히피 정신과 스튜어트 브랜드까지, 테크놀로지에 관한 믿음의 지성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의 기업적 야망은 오랫동안 인간이 지켜온 자유주의적인 가치들, 특히 지적재산권과 프라이버시의 개념을 뒤흔드는 것이다. 사유의 획일화라는 이런 거대한 변화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우리는 이런 흐름을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 개인들의 고유한 목소리를 되살려내는 정신적, 지적 활동들이야말로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책날개에서)

개인들의 고유한 목소리를 되살리는 정신적, 지적 활동으로 저자는 어떤 활동을 권유할까요?

그것은 바로 나만의 시간 갖기인, 종이로 된 글 읽기, 독서입니다.

저자는 모든 데이터를 테크노 기업들이 흡수한다 해도 종이책 읽기는 그들이 완전히 손에 넣을 수 없는 몇 남지 않은 영역이라고 합니다. 종이 책 읽기는 그들에게 데이터화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 모두는 종이가 제공하는 보호구역으로 자주 주기적으로 피신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보호구역은 끊임없이 침투해 오는 인터넷 시스템을 피해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며, 심지어 우리가 의식적으로 거주해야 하는 낙원이다 고 표현합니다.

급속한 자동화의 시대, 인터넷이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고 있는 시대에 우리 스스로가 나아가는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일 수 도 있지만, 우리 생각과 행동은 우리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대 테크 기업들이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습관을 패턴화 하려는 열망을 가져 있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은 여전히 우리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우리의 영역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데이터의 흔적이 남지 않고, 추적당할 수 없는 곳인 종이로 된 책 읽기는 우리가 기계에서 벗어나 하루 중 잠시나마 인간인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 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착각에 빠져, 영원히 지속되는 것보다 당장의 편리함과 효율성에 더 신경을 써 왔다. 사색하는 생활이나 글 읽기에 깊이 몰입함으로써 얻게 되는 지속적인 자양분과 비교해 보면, 웹사이트에서 얻게 되는 난잡한 즐거움들은 대부분 쉽게 사라져 버린다. 어떤 글을 읽고 어떤 물건을 구매할지, 여가와 자기 계발에 얼마나 시간을 들일지 스스로 선택하고, 공허한 유혹을 피하고, 조용한 공간을 지켜내고, 우리 자신에 대한 주체성을 장악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사색하는 생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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