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아리아리짱 2020. 3. 3. 06:06

또 한 주일의 개학 연기로 학원도 휴원이 일주일 연장되었습니다. 마음이 많이 답답합니다.

학부형에게 홈스터디로 할 수 있는 것들 점검을 부탁하면서 아이들을 응원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개구쟁이 6학년 남학생이 숙제에 관해 전화가 왔습니다. 자세한 사항을 알려주고 개학과 휴원이 미루어져 어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학교와 학원을 쉬니까 생각보다 즐겁고 재미나지 않다는 것입니다. 늘 학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인데 며칠 놀고 나니 집에서 노는 것도 재미없고 심심하다고 하네요. 하루빨리 개구쟁이들과 지지고 볶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예기치 않게 주어진 여유시간 활용을 위해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그 첫 번째 책은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고미숙/북드라망)입니다.

고미숙 선생님은 제 중년의 삶 이후에 만나게 된 소중한 스승님입니다. 선생님을 알게 된 이후에 제 생각과 삶에 여백과 여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자본주의적 사고로 물질적 기준들이 견고한 저에게 더 큰 무엇인 정신적, 자연적 또는 우주적 연결로 향한 숨 쉴 공간들을 만들어 주시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책들을 읽거나 유튜브 강의를 들으면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언젠가는 선생님의 ‘감이당’에서 어려운 고전 책을 배우며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흠모하는 마음을 키우고 있습니다.

‘감이당’의 네 개의 모토 ①도심에서 유목하기, ②세속에서 출가하기, ③일상에서 혁명하기, ④글쓰기로 수련하기는 제 중년 이후의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도심에서 유목하기’는 자본의 한가운데서 자본에 포획되지 않는 길을 열어 가겠다는 것이고, ‘세속에서 출가하기’는 출가의 핵심이 노동, 화폐, 가족이라는 사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면, 세속적 삶 속에서도 욕망의 변환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일상에서 혁명하기’는 다들 깊이 공감할 것이다. 지금까지 혁명은 늘 거대담론의 전망 속에서 시도되었고, 제도와 시스템의 혁신으로 귀결되었다. 그 결과 물질적 영역은 비약적으로 진화했지만, 사람들의 일상은 낡은 습속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상과 습속의 뿌리는 욕망이다. 그것은 제도와 시스템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제 혁명의 전장은 일상이다. (104~105쪽)

선생님은 유목, 출가, 혁명은 지금까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기, 다른 존재되기이며 그러한 것에 동의를 구하려면 읽기를 계속하라고 하십니다. 안다는 것은 훈련과 단련을 통해 그 지평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며 이 세 가지 비전은 ‘글쓰기로 수련하기’를 통해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글쓰기만이 유목, 출가, 혁명을 위한 최고의 실천적 전략이다 라고 하시면서요.

인식을 바꾸고 사유를 전환하는 활동을 매일, 매 순간 수행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써야 한다. 쓰기를 향해 방향을 돌리면 그때 비로소 구경꾼이 아닌 생산자가 된다. 들으면 전하고, 말하면 듣고, 읽으면 쓴다! 이것은 한 사람에게 온전히 구비되어야 할 활동들이다. 신체는 그 모든 것을 원한다! 어느 하나에만 머무르면 기혈이 막혀 버린다. 막히면 아프다. 몸도 마음도. 통즉불통(‘통’하면 아프지 않다/아프면 ‘통’ 하지 않는다) - 글쓰기가 양생술이 되는 이치다. ( 109쪽)

선생님은 생명의 자율성과 능동성에 가장 적합한 행위로 글쓰기를 강조하십니다. 인간은 생명을 창조하는 활동이나 지혜의 생성인 가치 창조를 통해서 우주와 연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무지로 부터의 해방, 인식의 지도 그리기 그것이 생명활동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글쓰기라는 것입니다.

이 천지간에 새로움이란 배움의 열정 밖에 없다. 그리고 배움이란 자신과의 부단한 대결이다. 자신을 넘어 다른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곧 길이요 도(道)다 (152쪽)

선생님은 이 부단한 길은 오로지 글쓰기 수련으로 이어진 다고 하십니다.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개미 손톱만큼이라도 알아가는 날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선생님의 글들을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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