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어쩌면...

아리아리짱 2020. 2. 21. 06:05

 

어쩌면...

저의 시적 감성의 발현은 중학교 때 국어선생님 덕분입니다. 국어선생님은 저희가 입학할 때 사범대를 졸업하고 갓 부임하셨어요. 교사로서 의욕이 충만한 국어선생님은 수업시간 자주 좋은 시와 가곡들은 물론 훌륭한 영화도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커서 저도 한 때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었고요.

청춘일 때는 누구나 그랬듯이 윤동주 시인 등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암송하곤 했어요.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시를 향한 마음을 한동안 잊고 있었어요. 최근 글쓰기를 시작하고, 독서모임에서 좋은 시를 한편씩 들으면서 시심이 다시 깨어나는 듯합니다. 지난번 흙속에서 진주 찾기로 구매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를 펴봅니다. 책 제목으로 쓰인 ‘어쩌면’ 시가 강하게 저를 끌어당깁니다. 시를 음미해 봅니다. 알 수 없는 애잔함 가득한 이 시는 누구의 작품일까 궁금해 졌어요.

 

 

어쩌면                           -댄 조 지-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데려갈 거야

어쩌면 꽃들이 아름다움으로

너의 가슴을 채울지 몰라

어쩌면 희망이 너의 눈물을

영원히 닦아 없애 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침묵이 너를 강하게 만들 거야.

 

May the stars carry

our sadness away,

May the flowers fill

your heart with beauty,

May hope forever wipe

away your tears,

And, above all,

May silence make you strong.        -Chief Dan George-

 

아름다운 시를 품은 시인이 누굴까 궁금하여 자료를 검색하니 다음과 같습니다. 그는 자연과 대지를 사랑하는 인디언 원주민 추장이었던 것입니다. 그의 지난한 생에 애잔함이 함께합니다.

 

아카데미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추장 댄 조지, (1899~1981)

캐나다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태어난 댄 조지는 생의 대부분을 가난하고 힘들게 보내야했다. 그런데 나이 60대이던 1960년대의 어느 날,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 눈에 띄어 뒤늦게 배우로 발탁된다. 그의 매력적인 은발과 뚜렷한 이목구비, 깊이 패인 주름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영화 ‘작은 거인 Little Big Man'출연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까지 오르면서 그는 일약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세상이 주는 부와 명예는 애초에 그의 관심 밖이었다. 시인이자 작가이기도 한 그는 수많은 영화와 연극에 출연했지만 원주민을 비하하는 내용을 담은 배역은 결코 맡지 않았다.

한번은 원주민 운동가들이 그에게 ‘옛날에 백인들 손에 학살당한 원주민 형제들의 원수를 갚자’고 제안했으나, 그는 “우리는 오래 전 손도끼를 땅에 묻었다. 백인들이 수 없이 우리와 약속을 어겼지만 우리는 손도끼를 다시 꺼내지 않았다”며 거절했다. 그는 캐나다 원주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1981년 세상을 떠났다.

오늘은 ‘어쩌면’ 시를 음미하는 하루가 되고 싶습니다.

 

(책 표지에서)

 

(추장 댄 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