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한 겨울 베란다에서 꽃놀이

아리아리짱 2020. 2. 19. 06:08

 

우리 집은 오래된 아파트이지만 남향이라 베란다에 겨울에도 햇살이 가득합니다.

이 따뜻한 햇살에 기대어 겨울인데도 꽃들이 핍니다.

사랑초는 세 잎 클로버나 사람의 심장처럼 생긴 자주색 잎을 가졌어요. 꽃말은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이고요. 가녀린 잎에서 겨울 내내 연분홍 귀여운 꽃을 피웁니다. 이 사랑초와 함께한 지는 30년 가까이 되네요. 작은 화분에 핀 사랑초는 여린데 비해 생명력과 번식력이 좋아서 지금은 여러 개의 화분으로 늘어 사계절 꽃이 피고 집니다.

사랑초는 밤에는 잎사귀가 오므라들고 아침이면 잎사귀가 펴집니다. 사랑초는 다른 화분의 푸른 잎들 사이에서 자주 빛 잎사귀색깔로 도드라지지만 작은 연분홍 꽃을 함초롬이 피워서 더욱 예쁘답니다. 제대로 화분갈이도 해주지 않는데 꽃들이 일 년 내내 피어주니 정말 고마울 뿐입니다.

 

 

꽃기린은 이 겨울에 붉은 선홍색 꽃을 피워주어 추위에 얼은몸 과 마음을 녹여주는 듯합니다. 그 정열의 꽃 색을 보면 없던 기운도 생겨나니까요. 가시달린 줄기 위 초록 잎 사이로 보이는 꽃이라 꽃말은 ‘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입니다. 크게 관심두지 않고 무심히 두어도 아름다운 색깔의 꽃을 끊임없이 선물로 보내주어 고맙답니다.

 

 

라벤더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무심코 어느 날 보니 줄기들 사이로 연보라 꽃을 피운 것입니다. 라벤더 잎의 향기만큼이나 꽃잎의 색도 아찔하게 좋답니다. 라벤더의 꽃말은 ‘정절, 침묵’이라고 합니다. 보통 6~9월에 피는 꽃인데 이렇게 꽃송이들이 올라 왔네요.

 

 

마지막으로 긴기아난이예요. 긴기아난도 생명력이 좋아 번식을 잘합니다. 긴기아난의 꽃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입니다. 큰 화분에서는 이제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작은 화분의 꽃은 벌써 활짝 피었습니다. 푸른 줄기에 당찬 생명력으로 꼿꼿이 피는 하얀 작은 꽃들이 사랑스럽습니다.

 

(차를 마신 후 녹차나 허브차의 티백을 화분위에 올려두면 거름이 됩니다)

저마다의 아름다운꽃을 피우는 식물들을 보며 생명근원의 신비함을 생각해 봅니다. 한 줌의 흙에서 제각각 아름다운 색깔과 모양의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어디에 그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겨울, 집 베란다에서 잠깐의 꽃놀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