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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듯 결혼 34주년

아리아리짱 2020. 1. 20. 06:10

1986년 1월 19일은 우리부부가 연을 맺은 날입니다.

자식들이 독립해서 우리부부 둘만 남으니 모든 일상이 고요하고 단조롭기까지 합니다. 아이들 어릴 때는 결혼기념일, 가족생일 등에는 외식을 하며 특별한 추억거리를 만들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저 날마다가 비슷한 일상들로 계속됩니다.

두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 어느 결혼기념일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아들은 그저 앉아서 책 읽기만 좋아하고 움직이는 활동 등을 내켜하지 않고 수줍음도 많았습니다. 반면 딸은 가만있지 않고 늘 뛰어다니는 활동적, 사교적인 아이였어요.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은 의욕이 충만한 젊은 엄마였을 때입니다.

당시 부산에서 제일 크다는 ‘코리아시티’라는 나이트클럽이 있었어요. 아이들에게 즐거운 날에는 춤과 노래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알려줄 겸 추억 쌓기도 할 겸 우리가족 네 명은 함께 클럽에 갔습니다. 신나하는 딸과 내켜하지 않는 아들 손을 맞잡고 신나게 춤을 추며 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있으니 직원 한명이 와서는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며 다른 분들이 조금 불편해하니 그만 나가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환불을 해준다고 하면서요.

그러고 주변을 둘러보니 다 어른들 뿐이었어요. 아이와 함께 온 우리 가족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을 보면, 다들 부부는 아닌 듯 했고요. 우리의 그날 기념 파티는 강제 퇴장으로 막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해마다 결혼기념일이 되면 원숭이가족이 되어 클럽에서 퇴장을 당했던 그날의 일이 떠오릅니다. 그 와중에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볼 때면 지금은 즐거운 추억이 됩니다.

이제는 그런 이벤트들이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습니다. 아이들도 장성해서 독립하여 함께하기 힘든 어느 덧  중년을 지난 나이가 된 것입니다.

갈수록 덤덤해진 저와는 달리 남편은 그래도 기념일이니 멋진 곳에서 외식을 하자고 합니다.  지난번에 갔던 뷔페에서 남편과 둘 만의 식사를 했습니다.

다른 테이블은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온 손님들이 많네요. 네 명이 함께 북적거리며 식사들을 할 때가 좋았는데, 그 때는 그 시간들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지나가버렸습니다.

타지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어서 함께 하지 못함이 약간은 서운하고 허전하지만 이게 나이 들어가는 부부가 겪어야 하는 시간들인 것이지요.

결국 우리 부부만 식탁에 남는 날이 온 것입니다. 늙어가는 것만도 애잔한데, 서로를 불편해 하지 않아야 겠어요.  이해하며 등 긁어 주면서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한 번 더 다짐해 보는 결혼기념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