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나의 영어사(2)

아리아리짱 2019. 3. 8. 07:12

 

 

그렇게 막상 상고로 진학하니 공부에 대한 의욕이 식어서, 첫달 시험을 치르니 세상에!!  60여명 학급에서 46등을 한 것입니다. 중학교 3학년을 전교 8등으로 졸업했는데 말입니다. 우리학교는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는 부산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이 모인 학교라서 안이하게 있다가는 꼴찌 하기 십상 이었던거죠. 그래서 정신 차리고 공부를 다시 집중해서 했지만, 영어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 였습니다.

  상고 졸업과 동시에 당시 금융권 최고의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는 한국 투자 신탁을 입사했습니다. 입사해서 2년을 근무하니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에, 대학 진학을 결심하고 1년 준비 해서, 가고 싶은 과는 국문과였지만, 회사생활과 병행 하기에는 회계학과가 쉬울 듯해서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대학 과정은 거의가 고등학교때 배운 과목들과 겹쳐서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 과정을 공부하면서 틈틈이 당시 유행하던 '정철 영어' 회화 테잎을 사서 듣기도 했지만 영어는 도저히 만만히 다가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때 김민식 피디님의< 영어책 한 권 외워 봤니? > 책이 있었다면, 시간 절약이 많이 되었을텐데, 제가 너무 일찍 태어나서...

  그러다 대학 2학년 때인 25살에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당시의 금융권은 보수적이라서 결혼을 하면 퇴사를 해야하는, 지금 생각으로는 말이 안되는 시절이었어요. 5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다행히 남편의 응원으로 학교는 계속 다니고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 과정중에 전공필수 과목은 영어 원서로 수업 하는데 여전히 너무 힘들었어요. 영어는 도저히 해결 안되는 저의 어려운 숙제였던 것입니다.

  그후 첫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완전히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뻤고, 신기하고 경이로왔어요. 그 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위대한 존재인 아기도 낳았는데, 영어 그까짓것 극복 할 수 없을까?

  그즈음 <배짱으로 삽시다.> 책으로 유명하신 이시형 박사님이 쓰신 글에서 '주부가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영어와 컴퓨터만 능숙하면 기회가 쉽게 주어진다'는 말씀이 제게 희망으로 와 닿았습니다.

  할 수있다는 다짐과 함께 내 아이에게는 영어에 대한 불편함을 주지말자는 생각으로  아기와 함께 영어 화화와 동화 테잎을 하루종일 틀고 듣기 시작했어요.( 아들이 이 영향으로 영어는 너무 싫고 수학이 좋았다네요. 엄마가 간섭하지 않아서 ㅠㅠ, 하지만 제가 볼 때 귀는 확실히 열린것 같은데 말이죠.)

  이렇게 아이들과 영어 듣기와 비디오보기, 동화책 보기를 함께 하고, 아이들이 조금 크고 나서는 평생교육원과 삼육 외국어 학원(SDA)을 다니며 공부를 했지만 그다지 실력이 늘지 않는 듯 했어요.

  그러다 작은애가 초등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영어공부 하기 위해 관광 통역 가이드 학원을 나갔습니다. 대부분이 대학에서 영어 전공하거나, 언어연수를 다녀온 젊은 친구들이 많았고, 저는 많이 부족 했지만, 젊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공부해서 1년 6개월만에 자격증을 땄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 했는데도 영어는 여전히 자신없고, 만만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릴때의 컴플렉스는 쉽게 치유 되지않는 것을 체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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