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꿈꿀 권리

아리아리짱 2020. 1. 14. 06:18

<꿈꿀 권리> (느티나무 도서관 관장 박영숙/ 알마)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책이 좋아서, 문학이 좋아서 국어 선생님이 되거나,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는 것은 너무 먼 이야기 같고, 두 직업은 실현 가능성이 조금은 현실적이었으니까요. 둘 다 책을 늘 가까이 하고, 책을 실컷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그래서 지금도 국어선생님이나 사서선생님이란 말을 접하면 마음이 살짝 설레 입니다.

박영숙 느티나무 관장님은 2003년 느티나무 도서관 재단을 설립하고, 공공성 확장과 도서관 문화 조성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관장님은 민간 도서관 운영을  통한 16년의 경험으로 확인한 공공성과 지적자유라는 도서관의 가치가 더 적극적으로 구현되도록 민간협력에도 힘을 쏟고 계십니다.

도서관 이름 앞의 공공이라는 수식어는 ‘모두를 위한 도서관’이란 선언입니다. 16~17세기 까지 책은 지배계층인 왕족, 귀족, 성직자의 전유물이었고 그들만의 지식, 정보 축적의 우월성으로 일반인인 평민들을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 백성들이 자신의 노동이나 직업과 관계없는 일을 알면 알수록 힘든 노동과 불합리한 노동조건을 즐거움과 만족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니 빈민들에게 지식은 매우 유해한 것이다’라고 강요되었던 시절입니다.

공공 도서관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가두고 숨기고 없애버리려 했던 지배계층의 두려움과 지난하게 맞서야 했을까. 우리는 그렇게 책과 도서관의 역사를 통해서, 공공 도서관의 탄생이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형성의 역사와 맥을 함께 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과 책 읽는 사람들이 늘 은밀한 공간과 시간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두려움을 가진 건 정치적인 권력자들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눈앞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는 모든 관계에서 보이지 않게 우리를 얽매는 힘이 감지된다. 지나온 세월의 기억들은 그 보이지 않는 힘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 하는 것 같다. 어쩌면 권력을 가진 이들의 두려움이 빚어낸 억압과 통제가 먹힐 수 있었던 것 또한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을까. (202~206쪽)

관장님은 대학시절부터 도시 빈민 공부방 선생님으로 자원 활동을 시작하십니다. 그 때부터 소외된 아이들, 청소년들에게 넉넉한 느티나무 그늘과 품이 되어 줄 공간을 꿈꾸셨습니다. 사립 공공 도서관이라는 작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아이들과 어른들은 물론, 다문화 가족, 또는 소외계층인 장애인들도 접근 가능한 공간이 되도록 느티나무 도서관을 설립 운영하고 계신 것입니다.

관장님이 애쓴 여러 가지 시도들은 점자동화책 제작, 소리 내어 책 읽어 주기, 청소년 독서회, 각 나라의 도서 비치(다문화 도서비치, 다문화라는 말도 차별성을 내재하고 있는 낱말이라 사용하기 꺼려진다고 하심), 교도소와 병원으로의 책배달의 다가가는 서비스 등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일 수 있는 사람들, 그들도 다 함께 똑 같이 존중받아야하고, 존엄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알 권리’가 있기에 약자의 편에 필요한 것들을 시도 한 것입니다.

그래서 관장님은 ‘사람이 사람에게 책을 건넨다는 것은 존엄함에 말을 거는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도서관 이름 앞에 ‘공공’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를 관장님은 <유네스코 공공 도서관 선언>에서 발견하시고 인용하십니다.

개인과 사회의 자유, 번영 그리고 발전은 인간의 기본적 가치다. 이러한 것들은 정보를 갖춘 시민들이 민주적 권리를 행사하고 사회 안에서 능동적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건설적인 참여와 민주주의 발전은 지식, 사상, 문화 그리고 정보에 대한 자유롭고 무제한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만족스러운 교육에 달려 있다.(...) 공공 도서관은 이용자가 모든 종류의 지식과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력의 정보센터다. 공공도서관의 서비스는 연령, 인종, 성별, 종교, 국적, 언어, 사회적신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균등한 접근 원칙에 입각하여 제공된다. -<IFLA/UNESCO 공공도서관 선언>에서

'간장님'이라 불리는 박영숙 관장님은 도서관에서의 아이들, 청소년들과의 만남들에 대한 일화들을 담담히 말씀해 주십니다. 울고, 웃는 그들과의 도서관 만남에서 관장님은 일방적으로 돌보고 가르치려 들기보다 있는 그대로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며 서로 배우고 북돋으려 하십니다. 그리하여 담담하게, 함께 흔들리며 살아가는 법을 체득하고 실천해나간다고 하십니다. 그리하여 도서관은 다음과 같은 곳이라고 하십니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책과 자료는 경쟁에서 이기고 스펙을 쌓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는 법을 함께 배울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였다. 종종 삶이라는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별이나 바람이나 물의 흐름처럼 길을 찾아갈 실마리였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났을 때 충분히 도움닫기를 하는 데 필요한 구름판 같은 것이었다. (56쪽)

관장님이 어린이, 청소년들과 함께 읽고, 나눈 좋은 책들을 일화의 중간 중간에 소개해 주십니다. 찾아서 읽으면 우리들에게 보물찾기의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오랜만에 책을 통하여 매력적인 분을 만났습니다. 책과 도서관을 향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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