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달팽이 식당

아리아리짱 2020. 1. 9. 06:38

 

<달팽이 식당>(오가와 이토/ 권남희/북폴리오)

오가와 이토 작가의 글들은 섬세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줍니다. <츠바키 문구점>에서는 주인공이 대필가로서 살아가며 사람들의 마음을 쓰다듬고 위로해 주었는데, <달팽이 식당>에서는 주인공 링고가 요리로써 사람들의 지친 몸과 영혼을 위로해주고 힘이 나게 해줍니다.

작사가로 활동 하던 작가 오가와 이토의 첫 소설이 <달팽이 식당>란 소개에 <츠바키 문구점>을 읽고 작가의 매력에 푹 빠져 연이어 읽은 것입니다.

<츠바키 문구점>의 주인공은 선대인 할머니처럼 대필가로 살아가는 삶을 피하려고 애써 부정하고 도망쳤지만, 결국 돌아와 선대와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 할머니의 소중한 마음을 알게 되는 손녀의 이야기입니다.

<달팽이 식당>은 엄마와의 갈등으로 가능하면 엄마와 멀리 떨어져 살고 싶은 딸 링고가 있습니다.

딸은 오랜 객지생활 끝에 애인의 배신으로 하루아침에 가진 것 남김없이 털리는 빈털터리가 됩니다. 딱 하나 유일하게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담은 겨된장 항아리입니다. 할머니는 링고에게 요리의 세계로 이끌어 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할머니의 겨된장 항아리와 함께 세상의 막다른 길에 다다라서 엄마 곁으로 어쩔 수 없이 돌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피하고만 싶은 엄마 곁, 10여년만의 귀향은 링고가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사람들의 허기진 영혼까지 달래 줄 수 있는 특별한 식당인 ‘달팽이 식당’! 이 식당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식당을 등에 업고 세상을 향해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를 원하며 ‘달팽이 식당’이라 이름 짓습니다.

도시에서의 피폐한 삶의 충격으로 링고는 목소리를 잃은 채 필답으로 의사소통하며 식당을 꾸려갑니다. 링고가 정성을 다해 만든 특별한 요리들은 먹는 사람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줍니다. 링고의 요리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음식으로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예기치 못한 엄마의 투병과 죽음을 겪으며 엄마와의 완전한 화해로 링고는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습니다.

결국 인간은 상처 없이 다른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요리에 대한 표현들이 정말 자세한 것은 작가 오가와 이토의 취미 역시 요리라서 가능 할 것 같습니다. 요리로 세상을 구하다! 요리 잘하는 사람 정말 부럽습니다.

동탄을 향하는 기차에서, 아기가 잠잘 때 딸집에서 틈틈이 읽은 <달팽이 식당>, 여행과 함께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이 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