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삼모회

아리아리짱 2019. 12. 18. 06:56

학부모 모임인 삼모회는 큰아이 초등 3학년 때 학부형으로 만나서 시작된 모임으로  현재까지 25년째 이어진 모임입니다.

당시는 거의 전업주부의 서툰 초보 학부형들로 아이교육에 많은 에너지를 쏟을 때였어요. 대부분이 첫 째 아이를 둔 엄마들인 우리는 아이들 어릴 때는 교육에 도움 되는 정보를 교환하고, 단체로 학습문화기행 등도 하며 즐겁고 유익한 추억들도 많이 쌓았습니다. 함께한 오랜 시간 동안 이민, 이사 간 멤버들을 제외하고, 재정비 하여 현재는 4명이 남아서 모임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제는 아이들이 장성하여 사회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고 몇몇은 결혼도 한 30대 중반들이 되었어요.

우리의 대화의 주제들도 자녀교육에서 시부모님과 얽힌 시집 이야기로, 이젠 며느리, 사위에 이어 손주들로 이어집니다.

자녀들이 커감에 따라 엄마들도 직장생활을 시작하거나, 대학원 공부를 시작해서 본격적인 봉사활동과 사회생활을 하는 엄마들로 성장하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엄마들도 자라기 위해 애쓴 것 입니다.

그 중 한 엄마는 50살이 훨씬 넘어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을 도전해서 간호사가 되어 요양병원에서 근무한지 벌써 7년이 되었어요.

처음 공부시작 할 때는 간호학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는 학생이였고, 자격시험 칠 때도 가장 연장자였어요. 그래도 꿋꿋이 공부하고 합격해서 간호사로 열심히 근무하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그 분도 동료가 딸 보다 어리거나 딸 또래라서 항상 젊은이들과 의사소통하는데 지장 없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외모는 물론이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젊게 유지하려고 애쓰면서요. 세 분은 동갑인 언니들로 내년에 환갑을 맞이하는데 그 열정들은 여전합니다. 풋풋한 학부형으로 만나 이제는 다들 할머니가 된 것입니다.

서로가 바쁠 땐 자주 못 볼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냥 다들 절친이 된 것입니다.

이 번 모임에서는 새로 할머니가 된 멤버들이 선배할머니와 이런저런 손주에 관한 얘기들을 했습니다.

다들 사정들이 있어 아주 오랜만의 모임이었거든요. 그 중 한 분이 올 해 시어머니와  친정아버지 두 분의 상을 당했다고 했어요.

각각 시골에 사셨던 두 어른은 100세에 가까우셨지만, 장수 집안이고 지병이 없어서 건강하게 지내시는 줄 알았는데 큰일을 겪으셨다는 것입니다.

여태까지는 각 집에 부모님 상등, 큰일을 겪을 때는 늘 함께 했기에 왜 연락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니 친정아버지의 경우는 97세이시라, 5남매 중 큰 오빠 역시 70을 넘으셔서 기존의 장례식을 치르기에는 건강에 무리가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가족들 모두 ‘작은 장례식’으로 치르기로 의논하여 자식들과 직계손주들 집안 식구들만 조용히 상을 치렀다고 합니다.

친정아버지와의 추억 등을 얘기하며 가족끼리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 드려서 마음이 더 홀가분하다고 했어요. 물론 장례를 다 치른 후 지인들에게 연락은 드리고 일절 부의금은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친정아버지는 지병이나 잔병은 없었으나 가까이 아들들이 함께 했어도 친정어머니 돌아가신 후 외로움을 많이 느끼셨다고 합니다. 또한 친구들도 다 돌아가신 후라 외로움이 더욱 크셨고요. 막내딸인 이 분은 말씀하시길 아버지가 다른 병은  없었지만, 그 외로움을 자식들이 지켜보기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조건 오래 사는 삶이 축복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하시면서요.

저는 ‘작은 장례식’은 처음 들었어요. 그 분의 큰 오빠는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 장례식을 하며 조문객들이 많이 왔을 텐데 조용히 가족장인 ‘작은 장례식’으로 치르니 친정어머니 상 때보다 훨씬 좋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본인도 ‘작은 장례식’을 할 것이며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도 작성할 것이라 했어요.

이제는 이렇게 우리들의 화제가 ‘웰다잉’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가 많아집니다. 어떻게 하면 후회되지 않는 삶에 대하여, 그리고 다가오는 죽음에 대하여 지혜롭게 대처 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시간들이 많아졌어요.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정현채/비아북)에서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존엄을 유지한 채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절차들에 대해 읽었는데, 자연스런 화제로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들이 됩니다.

간호사인 분은 ‘사전연명의료 의향서’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셨어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 혈액투석, 항암제의 사용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예를 들면서요. 가까운 국민연명의료관리기관(국민건강보험공단또는 인근의 큰 병원)에서 신분증을 가지고 본인이 작성 등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거주지 주변에 검색하면 병원파악이 가능하다고 하면서요.

막연히 회복하기 불가능 한 상태에서 병원의 매뉴얼에 따른 치료들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만 해왔는데 구체적으로 등록을 해야겠다고 다들 이야기 했습니다.

오늘의 모임의 주제는 아름다운 삶, 노년의 마무리에 대한 이야기가 됩니다. 이렇게 함께 할머니가 되고, 또 노년의 삶에 대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좋은 인연들이 있어 새삼 감사합니다. 이제는 좀 더 자주 만나서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삶을 즐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