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아리아리짱 2019. 12. 17. 06:10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정현채/비아북)

김민식피디님과 함께 하는 ‘단골독서모임’의 첫 번째 나누기 책입니다.

우리는 탄생과는 달리 죽음은 왠지 화제에 올리기가 꺼려지며 될 수 있으면 거리를 두고 싶어 합니다. 편하고 쉽게 이야기 주제로 삼기에는 그 묵직함이 부담스러워 가능한 한 멀찌감치 두어 잊은 듯이 살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주변에 묘지나 장례 시설도 될 수 있는 한 생활권 가까이에 두기를 원하지 않고요.

하지만 남편환갑여행으로 다녀온 아이슬란드에서는 교회마당이나 바로 옆에 무덤들이 있는 공동묘지를 보았어요. 큰 문화 충격이었습니다. 삶의 가장 중심인 교회에 죽음을 함께 두어, 가까이에서 인식하고 친근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교회에 묘지를 두어 평범한 일상생활로 받아들이는 것. 삶과 죽음의 공존인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의 삶은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면서, 주어진 수명에서 죽음이라는 경계로 다가가는 죽어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날마다 살아가는 동시에 죽어가는 것입니다.

그 삶, 또는 죽어감을 막연히 두려워만 할 필요가 없음을 의사이신 정현채 선생님은 이야기로 풀어주십니다.

많은 환자들의 죽음을 지켜 본 의학자로서 죽음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연구하시며, 자신 또한 암 투병을 하시며 죽음을 가까이서 성찰하신 것입니다. 죽음학 강의를 오랫동안 해 오신 선생님은 죽음은 벽이 아니라 문, 소멸이 아니라 옮겨감! 이라고 하십니다.

장자의 다음의 말을 인용하시면서요.

“하늘과 땅은 나를 생겨나게 하고 삶으로 나를 괴롭게 하며 늙음으로 나를 한가롭게 한다. 또한 죽음으로 나를 쉬게 한다. 그렇기에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죽음을 선한 것으로 대해야한다.” (218쪽)

삶의 내용에는 건강과 즐거움만이 아니라 질병과 슬픔 늙음과 죽음도 있다. 질병을 통해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죽음을 통해 삶의 귀함을 깨닫게 되는 게 우리네 삶의 본질이다.(시작하는 글 5쪽)

저도 아직은 건강에 자신 있는 나이인지라 죽음은 아주 먼 얘기로 생각하며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작년 남편의 갑작스런 발병으로 큰 수술을 하게 되었어요. 당시 의사는 머리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고 상태가 심각하여 수술후유증과 수술도중 실패가능성에 관해서도 설명하였습니다. 태어나 가장 죽음을 가까이서 느껴졌던 순간이었어요.

양가 부모님들은 연로해서 돌아 가셨으니 죽음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제 환갑을 넘긴 남편에게 죽음이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은 충격과 절망이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어 남편은 수술 후 후유증도 없고, 회복도 빨라 정상생활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일을 겪은 저는 죽음이 멀리 있는 일만은 아님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삶의 유한함을 실감하면서 주어진 순간순간을 소중하고 값지게 살아야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후회가 없도록 서로 아끼며 즐거이 살아야 함도 느꼈어요. 남편의 수술을 통해 죽음을 늘 기억하며 삶을 소중히 여겨야함을 깨달은 것입니다.

죽음을 막연히 불안과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서도 안 되겠지만 현재의 이 시간들이 끝나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질 수 있음을 여러 가지 사례로 알려주심이 흥미롭습니다. '웰다잉'의 편안한 죽음에 대한 공부 역시 '웰빙'의 삶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인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죽음에 관한 공부가 또한 삶에 관한 공부이므로 찬찬히 배워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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