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초등 문화 전달자 '아재'

아리아리짱 2019. 11. 29. 06:08

 

 

함께 공부하는 학생 중에 초등 6학년인데 키가 작고 얼굴이 동안인 친구가 있습니다.

저는 이 친구를 외모와는 정 반대로 ‘아재’라는 별명으로 칭합니다.

오후 나른하고 지칠 때쯤이면 개그를 하나씩 터트려줍니다. 그러니 제가 ‘아재’로 모실 수밖에요.

며칠 전 같은 6학년 남학생이 문법 숙제장을 풀어 왔는데 평소와 달리 틀린 것이 많았어요. 채점 표시를 보며 ‘비가 쭉쭉 내리는데, 영혼 없이 숙제 할래요’라고 혼냈지요.

그 옆에 있던 ‘아재’가 하는 말,

“친구야! 그러니까 잘 모르겠는 것은 ‘찍지’ 말고 ☆표를 해야지. 그래야 은하수가 되지! 그러면 샘한데 혼은 안나~!”

그러더니 어제는 선생님 ‘우울할 땐 똥 싸~!’ 라는 팝송이 있는데 들어 보실래요 하는 것입니다. 유튜브를 찾아서 친절히 들려줍니다. 설마 했더니 정말 ‘우울 할 땐 똥 싸~’이더군요! ㅎㅎ

 

‘아재’는 아이들이 조금 떠들면 “18세 감성으로 20세들아~! Be quiet"라고 강세를 주어 외친답니다. 어휴~! 꼭 욕같이 들립니다.

수업 마무리 할 때쯤 ‘아재’가 어머니와 주고받은 대화를 들려주겠답니다. ‘아재’가 엄마에게 “학원은 왜 있나 모르겠다. 나는 커서 내 아이는 학원 안다니게 할거야” 그러자, “엄마는 학원 못 다녀봐서 아들을 보낸다”라고 하셨대요. ‘아재’는 “나는 다녀봐서 안 보낼텐데...”

‘아재’가 자라서 부모가 되면 그 때는 학원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될 수 있겠죠! ‘아재’의 바람대로 되면 좋겠어요.

 

최근 ‘아재’의 개그 씨리즈

1. 형의 열렬한 팬은 세 글자로?                              형광펜

2. 곰돌이 푸우가 여러명이면?                                푸~들

3. 도둑이 가장 싫어하는 아이스크림은?                  누가바

4.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감옥은?                         안전제일(jail)

5. 호랑이가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토끼를 만났을 때 하는 말은?                 타~ 이거

 

‘아재’는 오후 지칠 때쯤이면 슬며시 사탕이나 쵸코렛을 저의 손에 전해줍니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맛이라서 준다나요. '아재'가 지금 이 따뜻한 감성과 유머를 간직한 채 잘 자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빡빡한 일정으로 방과 후 학원을 전전 하는 친구들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학원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고생인지, 학원이 필요해서 제가 존재하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좋고 소중합니다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을 테니까요. 오늘도 미안한 마음 간직 한 채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날이 되도록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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