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아리아리짱 2019. 11. 28. 06:21
 

 

오랜만에 장영희 선생님의 글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샘터)를 읽었습니다. 선생님은 따뜻한 영혼의 단비 같은 좋은 글들로 우리에게 많은 위로를 주신 분입니다. 많은 고통 받는 분들에게 그들과 고통을 함께 하고 위로 하셨던 선생님이 새삼 그립습니다.

선생님은 서강대학교에서 영문학 강의를 하시며, 좋은 글들도 많이 남기셨습니다. 선생님의 글들을 읽으면 전해져오는 그 따스함에 나도 왠지 선하게 착하게 살아가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선생님이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을 인용하시며 행복에 이르는 길을 안내하십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고,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善)을 행하는 일이다.”

즉 바로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삶이 더욱 풍부해지고 내가 행복해지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 - 47쪽)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문학은 ‘내가 남이 되어 보는 연습’이고 남의 아픔과 슬픔을 이해하는 마음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이라고 늘 말씀하셨어요.

 

선생님의 제자 중 중증 장애를 가진 한 학생이 학부와, 대학원과정을 6년 내내 다니며 마침내 컴퓨터 석사학위를 받았답니다. 물론 어머니의 지극정성으로 지각, 결석 없이 그 과정을 해낸 것입니다. 졸업과 동시에 인터넷 기업 N사에 취직이 되어 회사 근처의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었답니다. 아는 이웃이 없는 곳에서 어머니가 아들을 출근시키기 위해 휠체어에서 차로 옮겨 태우는 것이 왜소한 엄마 혼자서는 거의 불가능 했던 것입니다. 어머니가 쩔쩔매는 모습을 본 경비원이 도와줘서 제자는 며칠 출근할 수 있었대요.

한데 문제는 아파트 주민들이 ‘전체 주민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 경비원이 마치 제자의 고용인처럼 돕는다’ 고 불평을 하며 관리소 측에 돕는 일을 그만 하라고 탄원을 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 또한 다리가 불편하셨기에 그 소식을 듣고 많이 황당하고 속상해 하셨어요. 그 분들이 ‘내가 저 어머니라면 장애인 아들을 차에 옮겨 태우지 못해 얼마나 안타까울까’ 라고 생각해 줄 수는 없었을까 하시면서요.

저도 이 이야기를 읽고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이 몸이 불편한 사람을 잠깐 조금 도와준다고 그 입주민에게 무슨 해가 될까요. 입주민 개개인에게 시간이나 힘을 써서 도와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참 각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듭니다.

 

나나 제자나 몸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보니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넘어지면 도와줘야 일어날 수 있고, 혼자 힘으로는 휠체어에서 차로 옮겨 탈 수도 없다. 하지만 몸으로는 할 수 없지만 마음으로 또는 지력(知力)으로 남을 도울 수는 있다. (내가 저 사람이라면 -89쪽)

선생님 말씀처럼 ‘내가 저 사람이라면’을 새기고 또 새깁니다.

“나를 살게 하는 근본적 힘은 문학이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쳐준다.

나는 기동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문학을 통해 삶의 많은 부분을 채워왔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내 스스로가 문학의 한 부분이 된 듯하다.”(149쪽)

선생님이 사랑했던 영미 문학 편에 영미 소설과 시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밥 딜런의 ‘바람 속에 답이 있다’가 전해오는 노래를 통해 선생님과 함께합니다.

 

Blowing in the Wind            -Bob Dylan-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sail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How many times must the cannonballs fly

Before they're forever banned (.....)

How many times can a man turn his head

And pretend that he just doesn't see (.....)

How many years must one man have

Before he can hear people cry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바람 속에 답이 있다       -밥 딜런-

 

얼마나 많은 길을 걷고 나서야 그는

진정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흰 비둘기는

백사장에서 편안히 잘들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휩쓸고 나서야

세상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

(얼마나 오랫동안 외면하고야

그는 그저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얼마나 오랜 세월 살아야

다른 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답은 바람 속에 있습니다.

그건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습니다. (부분) (208~2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