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요리 , 살림 감사

묵은지 고등어조림

아리아리짱 2019. 11. 5. 06:14

 

 

 

딸이 출산 예정일이 한 달 정도 남아서 배가 많이 부릅니다. 저도 두 아이 가졌을 때 양수가 워낙 많아서 20 킬로그램 이상 체중이 늘었답니다. 그런데 태어난 아기는 정작 3킬로그램, 3.3 킬로그램이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요.

딸이 임신 초반 입덧이 아주 심해서 고생했는데 임신 후반이 되니 뭐든지 잘 먹어서 마음이 놓입니다.

딸이 부산에 가끔 올 때도 제가 일하느라 바빠서 제대로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먹은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주로 외식을 했었어요. 임신 중인데 친정엄마로서 그것이 마음이 걸렸답니다. 지난 주말 ‘단골 독서모임’ 참석차 동탄 딸집에 하루 묵고 일요일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딸이 묵은 지 고등어조림 요리법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딸바보 친정 아빠’가 자갈치 시장까지 가서 싱싱한 고등어와 해산물을 사가지고 왔어요. 아이스 팩을 넣어서 가지고 갔더니 그대로 싱싱합니다.

해산물과 생선 조림류의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저는 시어머님께 요리법을 배웠습니다. 다른 요리는 자신이 없는데 신혼 초에 매 끼니마다 생선조림을 만들었기에 고등어랑 갈치조림 등은 자신 있게 하는 편입니다. 캐나다 사는 동생도 저의 생선조림이 가끔 생각난다고 하거든요.

시어머님께 배운 묵은 지 고등어조림은 먼저 신 김치나 묵은 지를 살짝 양념을 털어내고, 너무 짠 묵은 지는 조금 씻어내서 냄비 바닥에 깔듯이 둡니다. 고등어 두 마리 기준 김치 반포기 정도로 넣습니다. 이 때 김치가 너무 시거나 짤 때는 양파를 듬성듬성 썰어서 함께 깔아 둡니다.

고등어는 씻어서 물기를 빼어 김치위에 2층으로 쌓듯이 바닥으로 깔아둡니다. 이 때 냄비 가운데는 국자 들어갈 수 있는 만큼 동그랗게 비워서 끓는 양념 국물을 생선에 끼얹어 양념이 배이게 할 수 있는 공간을 둡니다. 끓을 때 양념국물을 생선에 끼얹으면 생선살이 부서지지 않게 쉽게 간이 배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양념장을 만듭니다.

양념장은 진간장을 베이스로 김치의 짜기에 따라 양을 조절합니다. 그 간장에 고춧가루, 다진 마늘, 된장이나 쌈장을 조금(비린내 제거용)을 넣어 조금 빡빡할 정도의 농도로 양념장을 섞습니다. 미림도 조금 넣어주고요. 그 양념을 고등어 위에 바르듯이 얹어서 골고루 양념이 배일 수 있게 둡니다. 그리고 대파를 듬성듬성 넉넉히 썰어 위에 올립니다.

이렇게 센 불에 15분 쯤 끓이다가 약, 중불로 김치가 익고 고등어에도 양념이 밸 수 있도록 충분히 끓여줍니다.

오랜만에 하는 요리인데 고등어가 워낙 싱싱해서인지 다행히 간도 적당하고 맛있게 되었어요.

사위와 딸이 맛있게 먹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딸이 엄마가 해주는 음식 오랜만에 먹는다면서 행복해합니다. 사실 부산에 갔을 때도 엄마 음식 아주 먹고 싶었지만 너무나 바쁜 척 하는 엄마에게 만들어 달라 하기 좀 그랬다나요.

이렇게 엄마가 만들어준 ‘쏘올 푸드’를 먹었으니 아기를 순풍순풍 잘 낳을 것 같다고 합니다. 저도 그동안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딸과 함께 요리해서 먹을 시간이 주어져서 다행입니다. 요리 과정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깜빡해버렸답니다. 대신 딸 집 가까이 있는 코스모스 사진으로 대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