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대리사회

아리아리짱 2019. 10. 28. 06:11

 

<대리사회>(김민섭/와이즈베리)유튜브 방송 꼬꼬독 김민식 피디님의 추천으로 접한 책입니다.

김민섭 저자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필명으로 펴낸 뒤 대학에서 나오게 됩니다.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강사로, 교수도 학생도 아닌 ‘경계인’으로 8년을 보냈습니다.

강의하고 연구하는 동안 그 어느 사회안전망도 보장 되지 않았고 재직증명서조차도 발급되지 않습니다.

결혼 후 아기의 출생 즈음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시간강사의 처지에서 4대 보험을 해결하기 위해 맥도날드에서 새벽물류 하차 알바를 시작하는 현실에 놀랐습니다. 새벽에 냉동, 냉장 박스 등의 물류를 하차하고 강의실을 향하는 것입니다.

대학에 분명히 존재하나 그림자 같은 존재인 시간강사의 처지를 철저히 느끼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에 썼다는 이유로 가장 믿고 응원하며 함께 할 줄 알았던 동료들의 반발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대학이라는 거대 집단을 떠납니다.

저자는 그 후 대리기사를 하면서 가장으로서 생활을 영위하며, 틈틈이 글을 씁니다.

<대리사회>를 읽으며 처음으로 대리기사의 입장이 되어 보았어요. 음주 시 그냥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대리기사의 상황을 자세히 알게 됩니다.

타인의 운전석이라는 가장 좁은 공간에서 바라본 우리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우리 모두는 대리기사로서 올라탄 차에 운전석의 장치들을 손대면 안 되는 처지에서 운전대와 브레이크, 깜빡이만 조절할 수 있는 범주에서 남의 차를 대신 몰고 있는 대리운전자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타인의 운전석에서 ‘행위의 통제’, ‘말의 통제’, ‘사유의 통제’를 당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운전석은 한 개인의 주체성을 완벽하게 검열하고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주체적인 삶이 아닌, 타인의 의해 보여 지는 타인에 의해 강제되는 삶의 영역인 조직의 영역을 견뎌내고 거기에 익숙해져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직의 개인은 누가나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몸과 말의 통제를 겪습니다. 개인이 가진 사유하는 힘은 누구도 검열하고 통제 할 수 없는데 말이지요.

저자는 어느 공간에서 타인의 몸으로 존재하며 제한된 말을 하게 되더라도 자신의 사유를 지켜낸다면 그 공간에서 대리 인간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 갈 수 있다며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편해하고 물음표를 가져야한다고 합니다.

 

나는 이제 대학의 바깥에서, 이 사회를 대리사회로 규정한다. 우리는 더 이상 온전한 나로서 현상을 바라보고 사유하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질문하는 법을 점차 잊어가고 있다.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러한 통제에 익숙해진 대리인간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서 벗어나야한다. 자신의 틀을 만들고, 스스로 사유해야한다. 끊임없이 불편해하고,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강요된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이라 믿으며 타인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프롤로그10쪽)

내가 가장 합리적으로 믿었던 ‘대학’도 역시 우리사회의 욕망을 최전선에서 대리하는 공간일 뿐이었다. 거기에서 나는 괴물이 되기 위한 경쟁에 내몰렸다가 밀려났다. 그 이전에 한 발 물러서는 연습을 했다면 나와 내 주변인들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있는지 조금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한 주체로서 한 발 떼어놓을 만한 특별한 인간이 되지 못했다.(74쪽)

스스로 한 발 물러서서 타인의 눈으로 자신의 공간을 바라보는 일은 절대로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괴물에 잡아먹히지 않은 주체들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행위다. 그러고 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행동과 말은 통제되더라도 사유하는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을 아주 어렵게 배웠다.(77쪽)

저자의 <나는 지방대 시간 강사다>의 외침 이후로 대학의 시간 강사들의 의료보험등 처우가 조금씩 개선 되었답니다. 익숙함에 길들여져 타인에 강요된 시스템에 갇힌채 대리인으로만 산다면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기 힘들 것입니다. 가장 지성적이고 이성적일 것 같은 대학 집단이 이러한데 이익집단인 회사나 조직은 더욱 '갑'의 권력이 공고하여  '을'로 규정되는 개인에게 비합리적 강요된 행위를 더 크게 요구할 것입니다.생각과 사고 조차 조직과 집단에 의해 강요된 대리사회에서 끝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어야 주체적인 삶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책 감사, 강의감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훈의시대  (10) 2019.11.01
명견만리  (10) 2019.10.30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줄  (12) 2019.10.24
언어의 온도  (4) 2019.10.23
인간이 그리는 무늬  (4) 2019.10.22